< 내가 모르는 것들 >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3년 선배 형이 있었다.
동네에서는 공부 좀 한다고 소문이 있던 형은 결국 연세대학교 의대에 입학했다.
입학 얼마 후 형이 내게 이야기했다.
“나는 대학에 가기 전 내가 무척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야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어.”
사실 내가 듣기에는 괜한 겸손으로 너스레를 떠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몇 년 후 형은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어느 날 형은 내게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대학원에 들어가서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시간이 지난 얼마 후에야 그 선배 형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이 날마다 하루 7시간씩 평생 공부를 한다 해도 사하라사막의 모래 중에서 고작 모래 한 알 만큼의 지식을 얻는 정도라고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너무 많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에 더 눈을 뜨게 되는 것 같다.
유년이 아플수록 청년이 빛나고, 이별이 아파야 사랑이 뜨겁다.
고난은 눈물을 만들고 눈물은 땅에 떨어져 씨앗이 되는 순리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 지난 유년에는 더 많이 울었을 것을.
추적, 추적 비가 내린다.
비야 내려라.
내 눈물 같이 내려서 내 삶에 씨앗이 되고,
추운 겨울 가고 새봄이 오면 얼어붙은 땅속을 비집고 나와 내 삶에 푸르른 냉이 밭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