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Jan 03. 2025

세월호

< 세월호 >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 벌써 20여 일이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며칠 전 뜬금없이 여동생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 맘이 힘들어

▶ 남 일에 이렇게 화가 나본 적 없는데

▶ 도대체 신이 있다면

▶ 당신 뜻이 대체 뭐길래

▶ 뭐 대단한 거길래

▶ 이건 아니지 않냐고 따지고 싶어

▶ 화가 나

▶ 나만 그런가?


   오빠도 그래 ◀


▶ 그냥 계속 화가 나네~~~~


   네 자녀들을 더욱 사랑해 주어라 ◀


▶ 그냥 내 곁에 있어주고 날 엄마라 불러줘서 감사해

▶ 조심스럽게~~

▶ 누군가의 불행으로 내 행복을 깨닫는 거 같아서 조심스러워

     


 교회 다니지 않는 여동생은 하나님께 하고 싶은 원망을 오빠인 내게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참사직후 TV를 보는 내내 많이 울었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나뿐 놈들 어찌 저럴 수가 있나.



그런데 어느 날 내 맘속에 한마디 외침이 있었습니다.


“넌?”


그건 분명 하나님의 익숙한 음성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멈칫하며 되물었습니다.


“예?”


이내 다시 그 음성이 더 크고 선명하게 울렸습니다.


“넌?”


“하나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넌 그놈보다 좀 더 나은 놈이냐?”



그날하루 온종일 내가 세월호 선장보다 나은 놈인지 계속 저울질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보다는 나아”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죄의 저울추는 나를 향해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한참을 멈추어 섰습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능한 한 TV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로워하고만 있을 테냐? 네 주위에도 추락하고 있는 세월호가 많단다.”



나부터 살자고 나 편하자고 내버려 두었던 내 삶의 많은 세월호 들이 있다는 것을 그날 알았습니다. 


나 죽어 한 영혼을 살릴 수 만 있다면, 나 죽어 다른 사람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만 있다면 나 죽어 저 많은 세월호 들을 들어 올릴 수만 있다면 나 죽어도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