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역사 -1- 도입
오늘날 우리는 브랜드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새나 꽃의 이름보다 브랜드의 이름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보고, 듣고, 입고, 먹고 마시며 사용하는 모든 것을 원래 그 자체의 이름이 아닌 브랜드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폰을 사용하고, 카페가 아닌 스타벅스에 가며, 자동차가 아닌 벤츠에 타고, 가방이 아닌 루이비통을 들며, 그냥 사진이 아닌 인스타그램을 업로드하고, 회사나 공장이 아닌 삼성에 출근합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 장소와 공간, 물과 공기와 흙, 문화와 이데올로기마저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개인까지도 ‘퍼스널 브랜딩’이란 이름 아래 스스로 차별화해야 판매하듯 해야 한다는 서적들이 서가에 들어차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브랜드를 통해, 이를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에도 너무나 익숙합니다. 어린 왕자 속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자면, 우리는 “나는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에 살아요.”라는 말은 커녕, “나는 십만 프랑(우리 돈으로 치면 약 10억 정도) 짜리 집에 살아요”라는 말에도 그게 어떤 집일지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할 것입니다. 브랜드 시대의 사람들을 감탄시켜 소리를 지르게 만들려면 이렇게 이야기해야겠죠.
“나는 래미안 첼리투스에 살아요.”
세상이 브랜드로 넘쳐남에 따라,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정의 내리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마케팅학회(AMA)는 2007년에 브랜드를 ‘판매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을 경쟁자의 제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할 의도로 만든 명칭, 용어, 표시, 상징, 디자인 혹은 이들의 조합’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기획자인 우리가 이해하는 바,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을 위한 개념을 넘어, 이제 무형의 정체성(Identity), 이미지(Image), 성격(Personality), 경험(eXperience) 그리고 관계(Relationship) 같은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개념을 담고 여러 결과물들을 포괄하는 한, 우리가 어떠한 ‘대상’과 ‘결과’를 만들어나가냐를 정의 내리는 일 — 즉 ‘WHAT’을 정의 내리는 방식은 점차 힘을 잃어갈 것입니다. 과거 어떠한 마케팅적 도구 또는 디자인을 활용해 전략을 만들고 로고를 만드는 일로만 우리의 일을 정의할 수는 없게 되었으니까요. 대신, 누군가 “브랜드는 명사에서 동사가 되었다”라고 표현했듯, 브랜드의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그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WHY’의 관점, 즉 ‘우리는 왜 브랜딩(Brand + -ing)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 알아보는 데 있어 역사만큼 좋은 도구는 없습니다. 우리는 브랜드라는 현상을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 이해하지만, 브랜드 개론서의 첫마디는 ‘브랜드’라는 말의 어원이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브랜딩과 유사한 상징이 그 이전에도 존재해 왔다고 말합니다. 결국 브랜드 또한 다른 사회적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행동을 토대로 정교화되고 복잡다단해졌다는 것이죠. 이를 추적해 들어간다면 우리는 브랜딩이라는 행동이 어떤 인간의 행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핵심 목적성을 갖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브랜딩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함은 물론, 미래의 변화 속에서 ‘브랜딩’이라는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지 또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ChatGPT의 도움을 (조금 많이) 받았습니다.
출처
Ruben Pater, <Caps Lock : How Capitalism Took Hold of Graphic Design and How to Escape from It> (Valiz,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