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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PoL Dec 24. 2024

밤하늘의 올빼미 2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아이디어 전쟁

25 년째 생활하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의 공부, 강의 및 연구활동에서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연구자의 전공 영역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난 20 년간 말도 안되게 수많은 연구와 논문 프로젝트 사업들을 진행했음에도 결국 미흡하고 부족한 건 세상에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시대에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생각의 범위가 점차 협소해지는 문제들이 연구 활동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원인이다.


언제부턴가 연구 하나를 하기 위해 생각의 반복을 계속 더듬는 것이 그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흔히 뇌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뇌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 아니 고민이 생긴다. 특정 전공 학문 분야의 학자이자 프리랜서 전문 연구 크리에이터로써 사고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높이까지 그 부피감이 점점 줄어들고 그 안에서 생각들이 뛰노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고통스럽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원칙이나 법칙, 이론이 가득 차서 새로운 사고가 증식할 자리가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그간 연구해 오던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해 내고 연구를 디자인할 수 있었던 나의 재능은 어디서 발현된 것일까? 나의 전공분야는 인문사회에서도 응용사회과학 분야이다. 특히 나의 전공분야는 일상과 사회에서 유행하는 것들과 매우 밀접하다. 즉 학문적 이론이 적용되는 현상의 변화가 매우 무쌍하다. 이런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대해 상시적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거나 현상을 반영해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바로 새롭게 적용 가능한 미시적인 개발 연구를 하려면 이론 학습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방법론 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다. 반면에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 알바를 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하여 일반적인 기업에 직원으로 알바를 다니고 대학원에 가기 전에 알바를 통해 번돈을 모두 가지고 어학연수를 가서 다양한 문화와 시장을 접하였다. 여기에 어학연수 중 외국에서는 전공과 관계된 분야에서 봉사나 무급아르바이트 하면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생각과 논리의 다양성을 획득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으며 이론과 방법에 대한 다각화를 확보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유연성을 가지게 되는데 매우 큰 역힐을 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체험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으로 이미지화해서 이론으로 공부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경험만 많고 이를 보편적인 언어로 구조화하지 못하는 비이론적 사고도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론과 경험을 모두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가져온 가치관 중 하나인 “생각했으면 행하고 행한 것은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든다.”라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과 행동 요령이 공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길을 지나다가 쇼핑을 하다가 여행을 하다가 이래저래 보고 들은 것 또는 해본 것이 어떤 이론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어떡해 해석을 할 수 있을지에 항상 지속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인문계열 중 응용사회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역량 중에 하나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잘 설명하는 능력이다. 예전의 학자들은 보편적으로 이를 연구를 통해 검증하여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론이라는 것이 각 상황이나 현상마다 무한대로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우 복집하고 다양성이 크게 높아진 첨단 현대사회에서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연구하고 해설하고 또는 예측하고 검증하는 연구 디자인을 위해서는 이제 학자들도 경험이 중요해졌다. 단 이에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정해진 형식 안에서 신뢰도 높은 검증 방법으로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과가 보편적인 생각과 다르게 도출되었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이론과 방법은 정해져 있고 결과는 인과관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니 연구자들이 가져야 하는 가장 우선시되는 태도는 항상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고 그 안에서 명확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검증을 설계하는 아이디어 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자로서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 내는 일은 연구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어렵다. 과거에 비하면 개인적인 현재의 상황은… 연구 주제 하나를 생각해 내는데 이제는 보통 한 달 여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그걸 구조화하고 글로 옮기는 데는 최소 또 다른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확실히 과거와 다르게 조금씩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는 게 크게 체감된다. 그래도 나의 생각이 지닌 부피와 공간감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나의 신체적 나이는 고려하지 않고 세상에서 뛰놀고 있는 다양한 것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최대한 많이 소화시키려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옛 어른들께서 말씀하지 않았을까? '공부에는 나이가 없고 공부에는 끝도 없다'라고 하는 말이 요즘 매우 깊게 와 닫는다.


연구는 매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것이지만 연구를 기획하기 전까지의 사전 작업들은 매우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항상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아이디어가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를 가지며, 기능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현실과 충분히 비교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동안에는 사실 오히려 책상 위에 있지 않는다.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행동하며, 나의 아이디어가 현장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지를 무엇 하나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확인해 보고자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흔히 아이디어를 낸 후에 기획을 하고, 이후 계획을 하여 프로그램을 짜서 실제 적용해 보는 과정으로 검증한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 순간부터 검증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아이디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또는 이미 있는 것들 중에 조금 더 내 아이디어로 인해 향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들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상상 속에서 충분히 현실 가능함을 예측하고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적인 연구자로서 지니고 있는 전문성과 영양 지식 정보 등을 이용하여 구조화하고 구체화하기 전에 준비하는 일을 상상 속에서 예측, 예견, 수정, 추측, 하지 못 한다면 사실상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책상에서 펜만 굴리고 고민만 하는 공부쟁이들이나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폄하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말 좋은 연구 성과와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책상 위에서도 충분히 비전문인들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일반인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들을 미리 고민하고 고려하여 아이디어를 최종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가끔 현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연구자들이 지니고 있는 이론이 무시되거나 연구자들이 노력한 결과를 수익성이나 실행성의 있어서 미흡하다고 판단해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영 마케팅의 이론 중, 블랙박스 이론처럼 실제 적용 이후에 어떠한 성과가 발현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연구자들이 기획을 하는 것은 수많은 시간을 거쳐 고민한 끝에 나온 것임을 인정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 없이는 결코 좋은 결과와 성과를 획득하기 어렵다.


최근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연구 개발 활동에 대한 평가절하가 심한 듯 보인다. 숫자와 수량으로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연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가 발전한 것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생활하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하면서 켜켜이 쌓인 것이다. 아이디어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 아이디어의 힘을 얕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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