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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lnuke Dec 22. 2024

왜 4번타자를 강타자라고 부를까?

14화. 강타자가 4번타자인가? 4번타자가 강타자인가?


지난 5화에서, "수비하는 야수들"에 대해 설명하며 아래의 그림을 사용하였다. 그 설명 안에서,

야구감독이 경기 전에 선수를 어떻게 배치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오더지를 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오더지 안의 수비수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고, 공격타순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14편에서는 "공격하는 타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는 왜 4번 타자를 강타자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보고자 한다.




어차피 1회가 아닌 이상, 1번 타자가 매 회 첫 번째 타석에 들어오지 않을텐데, 타순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나도 처음에 생각했었다.


야구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타자의 본분이 잘 치고, 잘 달리는 것인데, 그것만 잘하면 되는데, 왜 타순에 대해 그렇게 까지 고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물론, 로봇들이 야구를 한다면, 타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로봇과는 달리 멘탈의 흐름과 분위기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심지어 그 것들이 매우 중요한 팀 스포츠이다. 팀 스포츠에서는 경기의 분위기와 흐름이 쳐지지 않고 선수들간의 높은 사기로 만들어지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축구나 농구도 물론 팀워크가 중요한 팀 스포츠겠지만, 축구나 농구의 경우 정해진 시간안에 특정 선수의 감각적이고 독보적인 기량에 의존하여 공격과 득점을 "스스로 성공할 수는" 있다. 축구에서는 메시, 농구에서는 스테판 커리 등과 같은 엄청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만 보아도, 개인의 기량으로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가고, 직접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축구나 농구의 팀워크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야구의 경우 투수는 상대방이 점수를 내지 못하도록 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팀의 점수를 낼 수는 없고, 타자는 홈런을 제외하고는 주자의 도움없이 스스로 점수를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타자가 공격에 성공하더라도, 홈플레이트를 밟은 주자의 명 수 만큼 점수가 나는 것이니, 주자의 도움이 있어야 점수가 나는 것이고, 주자의 숫자가 많아야 점수가 많이 나는 것이다. 물론, 득점 자체는 타자의 타격을 기회삼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주자의 숫자만큼 만들어 지기 때문에, 그 점수에 대한 공로는 타자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숫자들의 합을 타자의 타점이라고 부르고, 개인성적으로 기록해준다. 


그러나, 그 득점에 대한 공로가 타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자가 아무도 없을 때, 처음 1루 베이스를 밟은 첫 타자, 그 타자가 득점권에 갈 수 있도록, 진루타를 친 다음 타자 들에게도 득점에 대한 충분한 공로가 있다. 주자가 없으면 타자가 자기 스스로 홈플레이트를 밟아, 자기 공격에 자기 스스로 점수를 낸다고 하더라도 고작 1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타자가 홈런을 치기보다는, 다음 타자의 타점을 만들어 주는 주자가 되는 것이큰 점수를 내기에 물리적인 측면이던, 팀워크와 같은 멘탈측면이던 더 유리할 때가 많다.




<토막설명1 - 타점이란?>

타점은 타자가 자신의 공격을 타격을 통해 성공시켜 낸 점수를 뜻한다. 위 에서 말했듯, 주자가 2명 나가있는 상황에서 타자의 짧은 안타로 주자 2명이 홈플레이트를 밟으면, 그 타자의 타점이 2가 되는 것이다.


반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자가 아무리 대형 홈런을 치게되더라도 주자가 없기 때문에 타자가 타점을 내는 유일한 자라 타점이 1밖에 되지 않게 된다. 아무리 인상깊은 대형홈런을 많이 치더라도, 결국 높은 타점을 기록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 야구이다. 타자가 아무리 공격력이 높아 홈런을 많이 치더라도, 그 홈런이 주자없는 홈런이라면 타점 기록은 높지 않을 것이지만, 홈런은 못 치더라도 주자가 모여있는 상황에서

작은 안타를 많이 칠 수 있다면, 그 타자의 타점 기록이 훨씬 높을 것이다.


<토막설명2 - 그라운드 홈런>

그라운드 홈런이란, 타자가 홈런을 치지 않았는데, 타자가 친 공이 너무 구석으로 가거나, 수비수들이 공을 몇 번 놓친다던가, 갑자기 얼이 빠져 베이스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지는 등 큰 실책이 발생했을 경우와 동시에, 그 타자의 발이 빠르다면,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타자가 1루, 2루, 3루를 돌아 수비수가 던진 공보다 홈플레이트를 먼저 밟아, 타자 스스로 득점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두고 그라운드 홈런이라고 부른다.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여, 한 시즌에 많아야 2~4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축구나 농구는 한 번의 공격과 그 공격의 성공으로 낼 수 있는 점수가 정해져 있다. 축구는 상대방의 골대 안으로 공을 통과시키면 1점을 획득하고, 농구는 3점슛 라인 밖에서 슛을 쏘아 상대방의 골대 안으로 공을 통과시키면 3점, 라인 안쪽에서는 2점을 획득한다.


그러나, 야구의 경우 주자가 많이 나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공격에 성공했을 때에는, 한 번에 최대 4점까지 점수를 낼 수도 있지만, 타자가 공격에 성공을 해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 번에 최대 1점, 대부분 0점밖에 점수를 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자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의 대형홈런이 가장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한 선수의 높은 기량에 의한 대형홈런과 같은 큰 공격의 성공보다는 팀의 사기를 높여서,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가 끊기지 않도록 하여,여러 타자들의 작은 공격의 성공들로, 주자들을 많이 모은 상태에서 연속하여 득점하는 편이, 전자보다 더 많은 점수를 많이 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공격에 있어 티끌모아 태산이 되는 그러한 스포츠라는 말이다.


따라서, 모두의 멘탈이 활력이 넘치고 단단해야, 팀플레이를 통해 위기를 넘고 공격의 기회를 크게 살릴 수 있다. 


다른 스포츠에도 존재 하겠지만, 경기의 흐름과 사기가 야구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야구는 연속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할 때에는 자기의 타순이 올 때 까지, 더그아웃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더그아웃의 사기가 높아야, 타자들이 자기 타순을 한참을 기다리다가 타석에 나가더라도 자신감있게 플레이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로봇이라면, 흐름이나 분위기, 사기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야구게임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격의 좋은 흐름과 선수들의 높은 사기가 잘 유지되어, 기백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기를 관중들은 기원한다.


경기의 흐름과 사기, 역량과 스타일의 차이이라는 인간적인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잘치고 잘 달려서 공격력이 높다 할지라도, 타격의 순서라는 것이 의미가 있고, 그 타순에 따라 상황에 맞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최적화된 타순이 있어야 경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득점을 극대화 할 수 있기도 하며경기 중 다양한 상황과 작전에 대처할 수 있다.


타자는 1번타자 부터 9번타자까지 있는데, 이는 수비할 때 수비수의 숫자와 같은 숫자이다. 즉, 야구는 9명이 수비를 하고, 수비를 했던 9명의 선수들이 자신들이 공격할 차례를 정하여,타순에 맞추어 타자로서 공격을 하는 것이 규칙이다.




야구에서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각 타순에 따라 팀에서 요구되는 역할이 다른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번 타자>


리드오프 타자라고도 한다. 선구안이 좋아서, 투수가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여, 다음 타자들이 투수의 공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빠른발과 높은 출루율이 중요한 타자이다. 1번타자가 공격에 성공하여 출루하게 되면 0아웃에서 주자가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지난편에서도 말했 듯 득점의 행복회로를 돌릴 수가 있다. 득점의 행복회로에 부응하려면 도루 등 작전수행력도 높아야 한다.


득점의 행복회로는 지난회 13화, "병살타에 왜 환호하고 절망하는가"의 <토막설명2 - 첫 타자가 1루로 살아나가면 기대를 하는 이유>에서 설명을 했던 내용이다.


<2번 타자>


공을 정확하게 타격하여, 희생번트를 잘 대거나 공을 외야로 멀리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타순이다. 희생번트를 대서, 본인은 아웃이 되더라도 1루 주자가 2루로 진루하여 득점권에 보낸다던가, 이미 도루에 성공하여 2루로 안착한 주자가 3루로 진루할 수 있도록, 플라이 아웃으로 본인을 희생하더라도 공을 외야 멀리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안타를 쳐서 공격에 성공하면 제일 좋다.


<3번 타자>


팀에서 가장 정교하고 꾸준한 타격을 하는 타자가 주로 배치되는데, 1번 타자와 2번 타자가 제 역할을 해 주었다면, 3번 타자의 타순에서 주자는 득점권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3번 타자는 주자를 3루로 보내거나 타점을 만들 수 있는 타격능력이 요구되므로, 높은 타율이 요구되는 타순이다.


<4번 타자>


1번, 2번, 3번 타자들 중 1명 또는 2명이라도 제 역할을 해 주었다면, 4번 타자의 타순에서는 주자들이 득점권에 반드시 들어와 있을 것이다. 따라서, 4번타자는 주 득점원이 되는 타자로, 득점권에서 장타를 많이 쳐서 최대한 주자를 많이 홈으로 불러 들일 수 있는 타격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1번, 2번, 3번 타자가 모두 주자로 살아나갔을 경우, 홈런을 치면 최대 4점까지 낼 수 있는 타순이기 때문에, 파워 히터로써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타자들이 주로 배치되고, 4번 타자의 타순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4번 타자는 물리적 장타력도 필요하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멘탈도 갖고 있는 타자여야 한다.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4번 타자로 기용하고, 


우리는 그런 타자를 강타자라고 부른다.




<토막설명3 - 약속의 8회와 4번 타자>

약속의 8회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경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 vs 일본 준결승전이었던 것 같다.

또한, 4번 타자의 역할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경기 역시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 vs 일본 준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


한·일전인데다가, 결승으로 올라가는 나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였기에, 전 국민이 집중하고 있던 경기였다. 베이징 올림픽 모든 경기의 4번 타자는 이승엽 선수로, 위에서 설명한 대로 4번타자 다운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었고, 1할도 안되는 타율을 기록하며 올림픽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 8회, 2:2 무승부 상황에서 2번타자 이용규가 짧은 안타로 1루로 진루를 하고,



3번 타자 김현수가 일본 투수에게 삼진 아웃을 당하게 된다. 1아웃 상황에서 4번 타자 이승엽이 타석에 올라온다. 이번 경기 마지막 기회이자 이번 올림픽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부진에 대한 동료들과 국민들의 원망, 마지막 찬스라는 압박감, 역전을 해서 한일전을 승리하고자 하는 전국민의 염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나의 생애기간 동안을 통틀어, 타자로써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고, 가장 부담이 되었을 그런 타석이라 본다.


나는 아직도 1년에 몇 번씩 그 장면을 돌려보고 있으며,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모든 부진과 그간의 원망을 한 방에 떨쳐버리고, 한·일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가장 위태로운 위기이자 마지막 찬스였던 그 순간을 살려 금메달을 목에 걸게했던 바로 그 타석을 말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의 4번 타자는 1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홈런을 쳐서, 4:2로 역전을 시켰고, 이 기세를 몰아 결국 한국이 올림픽 우승을 하게 만들었다.

이 것이 4번 타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의 표본이고,

야구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모두가 기대했고, 기적이 일어났던 약속의 8회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토막설명4 - 타율? 1할?>

9번 중에 3번 성공하는 경우, 성공할 확률을 33.3%라고 부른다. 우리는 백분율에 익숙해져 있어서 33.3%로 표현하고 있는데, 확률은 0.333이다.


물론 같은 말이긴 하지만, 타율을 표현할 때에는 백분율을 사용하지 않는다. 타율은 타자가 자신의 타석에서 타격으로 공격에 성공하여 1루에서 세이프(safe)되었던 기록을 확률화 한 수치를 말한다.


만약 92번의 타석에서 27번만 공격에 성공하여 1루 베이스에서 세이프(safe)를 기록한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그 선수의 타율을 2할9푼3리 라고 읽는다.


반면, 4볼로 1루에 진루하거나, 희생번트나 희생플라이를 쳐서 자신은 아웃이 되었지만, 다른 주자들은 다음 베이스로 이동한 경우에는, 타율을 계산할 때, 참여했던 타석(분모)에서 그 횟수를 세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타율이 3할이 넘는 타자를 우리는 성적이 좋은 강타자라고 부르고 4번타자 감이라고 부른다. 물론, 주자가 있어 득점으로 연결 시켜야하는 긴장된 상황에서도, 공격에 성공하여 타점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가 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4번 타자 감이고, 슈퍼스타가 될 자격이 있는 선수이기도 해야하지만 말이다.





<5번 타자>

만약 4번 타자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아웃을 당하면  5번 타자의 타순은 2 아웃 상황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런 경우에는, 4번 타자의 역할을 대신하여 장타나 홈런을 쳐서 대량득점의 기회를 살리는 역할을 해야하고, 4번 타자가 공격에 성공하여 득점에 성공하였을 경우에는, 공격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정교한 타격으로 추가 진루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6번 타자 ~ 8번 타자>

6번 타자부터 하위타순이라고 부르는데, 1번 타자부터 시작해서 6번 타자까지 모두 한 회에 타석에 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6명의 타자 중에 최대 2명의 타자밖에 아웃이 되지 않은 경우이므로, 산술적으로 그 회에 득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주자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을 이어나갈 안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나, 앞선 타자들이 점수를 이미 많이 만들어 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번 ~5번 타자인 상위타순보다 상대적으로 득점에 대한 압박이 덜한 타순이다. 


그래서, 6번 ~ 8번 타자는 상위타순에 비해 타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수비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수비능력도 좋고 타격능력도 좋은 선수라서, 하위 타순이라도 몸값이 높고, 스타성이 있는 선수도 많다.


<9번 타자>

1번 ~ 5번 타자(상위타순)가 6번 ~ 8번 타자(하위타순)보다 타격력이 높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경기 후반부로 갈 수록 1번 ~ 5번 타자가 느끼게 되는 피로감이 하위 타순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 느끼는 하위타순이 경기 후반부에 감독의 다양한 작전에 맞추어 공격에 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투수가 교체되는 경우, 6번 ~ 8번 타자가 작전을 펼치게 되면, 상위타선은 더그아웃에서 바뀐 투수의 공을 관찰하며 적응할 기회가 줄어들고, 충분히 관찰하더라도 공수교대로 공격회차가 바뀌게 되면, 바뀐 투수의 공에 대한 감각을 수비를 하는 동안 기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9번 타자는 1번 타자와 역할이 비슷하다고 해서 하위 리드오프라고 부른다. 9번 타자는 상위타순으로 이어주는 포지션이기에, 1번 타자처럼 선구안이 좋아서, 투수가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여, 상위타순의 타자들이 투수의 공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빠른발과 높은 출루율이 중요한 타자이다. 


9번 타자가 바뀐 투수를 상대로 리드오프 역할을 해서, 1번 타자가 리드오프의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1번 타자부터 자신감 있는 공격적인 타격을 해도 된다는 뜻이 되고, 이는 강한 공격력으로 이어짐을 뜻한다.




중요하지 않은 타순은 없다.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장단점을 고려한 타석에 서는 순서이지, 선수의 절대적 가치나 기량을 의미하진 않는다. 실제로 4번 타자보다 인기도 많고 몸값도 높은 1번 타자도 많다.

 

사람들도 성격이 모두 다르듯, 주자가 있을 때 잘 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주자가 없을 때 잘 치는 선수도 있다. 파워히터로 장타력도 좋고 홈런도 시원시원하게 잘치는 선수가, 수비를 할 때에는 어깨가 약해서 송구능력이 좋지 않거나, 발이 느려서 수비반경이 좁을 수도 있는 반면, 타격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주루플레이가 좋아 도루도 잘하고, 수비반경도 넓고, 묘기같은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도 있다.


또한, 상대가 수비전략을 바꾸었거나, 투수를 바꾸는 경우, 4번 타자도 1번 타자(리드오프) 역할을 해야할 때가 있을 것이고, 하위타순이 4번 타자역할을 해야할 때도 있을 것이다.


야구선수들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고, 그 능력치를 감안하여 타순을 배치해야 한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 것을 잘하는 팀이 승리할 것이다. 발이 느린 타자가 발이 빠른 타자보다 먼저 출루하게 되면, 발이 빠른 타자는 최선을 다해 뛰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또한,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4번 타자라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도 필요하며, 그 위압감을 중심으로 팀을 하나로 모으고, 용기를 불어넣고 사기를 높여 줄 구심점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로봇과 인간이 야구경기를 한다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듯 로봇이 인간을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의 야구경기에만 희노애락을 느끼며 열광할 것 같다. 타순이 필요한 이유도, 4번 타자라는 강타자 캐릭터가 팀에 필요한 이유도 야구 역시 인간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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