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차라리 같은 것을 반복하자.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
저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참 좋아하는 말이다. 나의 취향이 독특해서인지는 몰라도,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주구장창 찾는다.
전문성이 뛰어난 기술을 연마한다거나, 깊은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예로 들자면 희대의 명작, 범죄와의 전쟁, 해바라기, 신세계, 타짜 등과 같이 보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더 재밌어지는 것들을 즐기고, 음식을 예로 들자면, 갔던 중국집 가고, 또가고, 또가고 하는 취향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치 덕질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뭘 배우려면, 그 것에 관심부터 가져야 한다. 하지만,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에 관심을 가지란 말은
너무 방대한 범주의 내용의 무책임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중국음식을 배우기 위해 중국 먼저 공부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 않는 선택같아 보이는 것 처럼 말이다. 영어에 관심이 있었다면, 영어공부를 진작에 시작했겠지.
내가 정말 재밌게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영어권 국가의 인생 영화나 인생 드라마를 하나 찾는 것이,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가장 수월한 첫 걸음이지 않나 싶다.
학창시절에 많은 문제지를 풀고 다양한 문제유형을 접해야 시험을 치는데 유리했기에,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야만 학습능률이 올라가고, 빨리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첫 걸음에 궂이 백과사전식으로 모두 소화하지 못 할 자료들을 모아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 싶다. 사실, 어차피 한 편의 영화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스크립트를 1회독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텐데 말이다.
나의 경우에 한 번에 꽂힌 인생 드라마가 미드 빅뱅이론이었고, 그 것이 내가 영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던 첫 걸음이었다. 일주일에 20분짜리 에피소드 1개가 나오니, 일주일 동안 그 에피소드만 주구장창 돌려봤었다.
누군가는 왕좌의 게임이 될수도 있고, 누군가는 프렌즈일지도 모른다. 해리포터 시리즈 일수도 있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일수도 있다.
어쨌든, 영어로 만들어진 명작을 찾아서, 그 전개와 결말을 계속해서 다시 찾아주는 것이 처음에는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대사들이 너무 빠르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매번 토익 LC문제 지문만 스피커로 듣다가, 실제 상영물로 극중 대화를 들으면, "아이고 실전이네, 부담스러워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에 한글자막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어차피 한두달 안에 끝장을 볼 영어공부가 아닌데, 정형화된 느릿느릿한 지문을 반복해서 듣는 것 보다, 한글자막을 통하더라도 실제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에 노출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실전이니까 말이다.
단, 조건이 있다. 계속 봐야한다. 추석때 마다 범죄와의 전쟁을 보듯이, 묘하게 중독되는 해바라기 영화를 보듯이, 방탄유리가 기억에 계속 남는 영화 아저씨를 보듯이, 중국집 갈 때 마다 단무지를 먹듯이, 멈추지 않고 봤던 것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글자막 대사가 외워질 것인데, 그 대사조차 익숙해 질 때 까지 반복해서 봐야한다.
그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드는 명작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 운이 좋게도 미드 빅뱅이론은 1년에 시즌 하나씩 12개의 시즌을 만들었고, 총 279편의 에피소드가 있으니, 아주 오랫동안 봤던 것을 보고, 또 보고 할 수가 있었어서 운이 좋았다. 그리고, 빅뱅이론, 영어배우기 참 적당한 난이도의 미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어떤 트렌드가 유행인지 잘 모르겠고, 어떤 미드가 유행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OTT를 통해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뭐 하나 꽂혀서 그 것만 계속 시청하기에는 에피소드가 많이 없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즐비하다.
대신 꾸준히 오랫동안 방영되는 시리즈물은 보기가 어렵다. 그런점에서 빅뱅이론, 닥터후, 프렌즈, How I met your mother 등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고전 미드가 오히려 영어공부하기 참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됐던, 하나의 인생 명작 하나 골라서, 무한대로 돌려보며 한글대사라 할 지라도 다 외워본다는 방식으로 영어 컨텐츠에 관심주기 첫 걸음을 시작해 보자. 출근할 때, 자기 전,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유튜브 보는 시간 등에 반복해서 한 종류의 컨텐츠를 한동안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고 익숙함이 찾아 올 것이다.
물론, 영어에 대한 익숙함이 아니라, 그 명작의 소리에 대한 익숙함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익숙함은 점점 영어라는 큰 카테고리로 번져나갈 작은 씨앗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신의 명작은 과연 무엇인가요? 먼저 하나 골라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