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병원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돌아온 뒤,
나는 갑자기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살아야 했다.
수술 날짜를 기다리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예약 문자를 기다리고…
그 기다림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집안일을 해도,
아이 밥을 챙겨줘도,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나는 곧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아… 나는 암환자구나.”
하루가 너무 길고,
밤은 더 길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흘러가는 시간들이
왜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졌을까.
아이는 평소처럼 자고,
집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만 멈춰 있었다.
밤마다 누워 있으면
갑자기 가슴이 쿵 내려앉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지 않으면
주체가 안 되는 불안이 몰려왔다.
안 찾아보려 했지만
그 기다림은 결국 나를
휴대폰 앞으로 데려갔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내가 찾고 싶은 답이 없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고,
결국 나는 공허한 마음으로
또 한 번의 밤을 보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보내는 낮보다
혼자 마주해야 하는 밤이
훨씬 무섭고 길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픔보다 더 무서운 건,
기다림 그 자체라는 걸.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그 시기—
나는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부를 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 날 아침,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두렵고 불안해도,
그 속에서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나를 일으켜 세웠다.
기다림 속에서도
나는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버텨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