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교수님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괜찮습니다.
수술 빨리 하죠.”
교수님의 단단한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불안과 두려움을
조금씩 진정시켜줬다.
누군가가 혼란 속에서 내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술을 위한 절차와 설명이 이어지자
나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이건 내가 도망칠 수 있는 꿈이 아니고,
잠에서 깨면 사라지는 순간도 아니고,
진짜로…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
내 이름이 적힌 서류,
검사 일정표,
수술 전 안내문들…
그 작은 종이 한 장, 한 장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현실을 체감하게 했다.
병원 안의 나는
누가 봐도 한 명의 환자였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나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엄마인 나는
두려움 속에 주저앉을 수 없었다.
무서워 떨기만 할 수도 없었다.
아이 앞에서는
“괜찮아”라는 얼굴을 해야 했고,
내 세상은 멈춘 것 같은데
아이의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했고,
정말 많이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아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엄마니까.
그리고… 나 자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