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6:10
요가도 안 하고 글쓰기도 안 하던 시절,
나의 유일한 낙(樂)은
턱에 난 여드름을 짜는 것이었다.
툭 튀어나온 여드름이 거슬리면
알갱이가 톡 하고 튀어나올 때까지
양쪽에서 휴지로 눌렀다.
눈에 거슬리면 없애야 하는 성격인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광대 쪽 피부에 큰 여드름이 났다.
나는 이 놈을 없애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나는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틀에 걸쳐 네, 다섯 번 여드름을 건들고 말았다.
지혜로운 어른들이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역시 옛날 분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한 번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완전히 뽕 구멍이 나서 깨끗해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나의 강박으로
피부에 작은 구멍이 파였다.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받으니
"이제 여드름이 보이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를 들었다.
내가 원한다면 피부과 선생님이 압출해 주실 수 있지만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한지 거의 일 년이 되었는데
정말 여드름을 가만히 두니 알아서 사라지더라.
광대 쪽 피부에 파인 홈도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놔두는 것이 쉬운 말 같지만
마음이 앞서고 욕심이 생기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된다.
그래서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나는 시편 46편 10절을 펼친다.
읽고 또 읽어, 외워질 때쯤 되면
무엇이든 가만히 놔둘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일상에서도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