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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삐용 Dec 20. 2024

여드름이 유혹하면
성경을 펼친다.

시편 46:10

요가도 안 하고 글쓰기도 안 하던 시절,

나의 유일한 낙(樂)은 

턱에 난 여드름을 짜는 것이었다. 

툭 튀어나온 여드름이 거슬리면

알갱이가 톡 하고 튀어나올 때까지 

양쪽에서 휴지로 눌렀다. 

눈에 거슬리면 없애야 하는 성격인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광대 쪽 피부에 큰 여드름이 났다.

나는 이 놈을 없애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나는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틀에 걸쳐 네, 다섯 번 여드름을 건들고 말았다. 


지혜로운 어른들이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역시 옛날 분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한 번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완전히 뽕 구멍이 나서 깨끗해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나의 강박으로

피부에 작은 구멍이 파였다.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받으니

"이제 여드름이 보이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를 들었다. 

내가 원한다면 피부과 선생님이 압출해 주실 수 있지만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한지 거의 일 년이 되었는데

정말 여드름을 가만히 두니 알아서 사라지더라.

광대 쪽 피부에 파인 홈도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놔두는 것이 쉬운 말 같지만

마음이 앞서고 욕심이 생기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된다. 

그래서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나는 시편 46편 10절을 펼친다. 

읽고 또 읽어, 외워질 때쯤 되면 

무엇이든 가만히 놔둘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일상에서도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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