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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빠삐용
Dec 22. 2024
"믹서기가 퇴근했나 봐"
원하는 걸 못 얻었는데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
몇 년 전 대학생이었던 나는 어려운
수업을
듣고
온
날이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에 들러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녹차보다 쌉싸름한 말차의 매력에 빠지니
이 가게에 오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다.
학교 끝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오후 세 시 정도여서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가 주문 가능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바나나가 올라간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먹어보았다.
어느 날 가게가 문 닫기 한 시간 전에 급하게 간 적이 있었다.
갈까 말까 먹을까 말까 몇 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날도 새로운 메뉴를 도전하고 싶어서
말차 아이스크림 대신 말차 셰이크를 주문했다.
그런데 직원이 나의 주문을 듣더니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뒤의 주방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한참 뒤에 말했다.
"말차 셰이크는 마감했습니다."
순간 실망하긴 했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용기 내어 물었다.
"혹시... 그러면... 말차 아이스크림도 안 되나요?"
직원은 또 한참을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고뇌하더니
"말차 아이스크림은 됩니다"라고 말했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자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
"말차 아이스크림을 믹서기에 갈면 말차 셰이크 아닌가?"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어... 그러네? 근데 왜 셰이크는 안된다고 했지?"
엄마는 나에게 비밀을 전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시며 작게 말씀하셨다.
"믹서기 담당이 퇴근했나 봐."
엄마의 말이 사실은 아니겠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개인 믹서기를 가지고 출근했다가 칼퇴근하는
가상의 직원을 상상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역시 누구나 칼퇴근을 꿈꾼다.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까 고민하며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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