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만나러 가는 길
마음이 복잡하면 걸으러 나간다.
무언가 부족한, 무언가 잃은 이 찝찝함을 씻으러 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걸음을 뗀다.
아니,
용건 없이는 인사하지 않는
어쩌면은 조금 차가운 우리 동네에,
따뜻한 눈인사 보내는 사람을 만났다.
귀가 아린 날씨에 나온 것을 후회하며
다시 돌아갈까, 괜히 나왔나 고민하며
또 터벅터벅 걷는다.
아니,
추운 날씨에 티셔츠 하나와
맨발로도 충분하다며 산책 나온
털털한 강아지를 만났다.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
얼렁뚱땅 생각만 토해내는 걸까 의심하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아니,
목이 아파 고개를 들었는데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 사이,
반짝거리는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딜 가도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불평만 늘어놓던 지난 날들...
문득,
어딜 가도 감사함을 벗어날 수 없음을,
언제나 감사할 일은 존재했었음을,
모르는 길이 나올 때까지
걸은 후에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