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J의 동물사랑
어디선가 본 쿼카 사진 한 장.
그 사진 한 장이 나를 이곳, 퍼스로 이끌었다.
직항도 없는 호주 서쪽의 도시, 퍼스
인천에서 출발한 지 딱 하루만에 도착한 이곳은
내맘에 쏙 드는 곳이였다.
처음 길을 나선 내 시야에 들어온 퍼스는 선명했다
길가의 간판들도, 나뭇잎 하나하나도 전부 선명히 들어왔다.
나뭇잎의 초록이 하나하나 다르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을 나는 선명한 날이라 말한다.
나는 그런 날을 좋아한다
나는 그런 날 좋아한다
호주에 왔으니 브런치로 여유있게 시작하는 하루
사실 가격은 여유있진 않지만 그런걸 따지다간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지금 내가 따져야 할 것은 솔티카라멜에 어떤 토핑이 잘 어울릴 지다
한국의 한철일 듯 싶은 모 요거트 업체와 다르게
퍼스의 요-치는 아이스크림도, 토핑도 다 내 맘대로 커스텀 할 수 있다
호주에서 더 먹고 와야했는데 그놈의 감기 탓에 한 번 밖에 먹지 못한게 약간의 아쉬움이다
그치만 아쉬움이 있어야 또 다음이 있는 법이니
배를 채우곤 해리슨 아일랜드로 발을 옮겼다
여행할 때면 INTJ 그중에서도 J모드가 발동하곤 한다
퍼스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 야생 캥거루가 있다는 후기를 보고 구글맵에 저장해둔 곳이였다
퍼스에서 처음으로 만난 동물
사실 캥거루라길래 조금 쫄았는데 막상 보니 비실해보여서 조금은 안쓰러워보였다
그리고 이 날 섬을 열심히 뒤졌지만 캥거루를 한 마리 밖에 보질 못했다.
알고보니 캥거루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낮잠을 잔다고 한다
J자격 박탈이다
저녁에는 스카브로 해변에 갔다
노을 질 무렵의 자연광이 참 좋다
그 색감 때문인지 LA의 산타모니카가 생각이 난다
사실 이곳과 산타모니카는 해변이라는 것 이외엔 큰 공통점은 없다
그럼에도 내가 두 곳을 비슷하다 느끼는 까닭은 역시나 해지기 직전의 색감 때문이다
해질 무렵 20분 남짓, 그 짧은 골든타임에만 나오는 색감이다
LA의 산타모니카도, 퍼스의 스카브로도,
같은 시간대에 같은 색감으로 기억되어 있다
해가 넘어가고 보는 석양도 아름다웠다
구름을 따라 바다까지 켜켜이 쌓인 색들이,
그 아래의 잔잔한 수영장이,
아름다웠다
오늘은 피나클스 투어를 가는 날이다
투어에 앞서 퍼스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킹스파크에 갔다
날이 좋은 탓일까
기분이 좋은 탓일까
눈에 들어온 풍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아 어쩌면 둘다겠다
구름과 어우러진 하늘,
그보다 조금 짙은 호수,
그보다 더 짙은 빌딩들
그리고 시야를 채워주는 초록들
구도도, 색 배열도 내 취향이다
아니지 어쩌면 구도는 내 취향으로 의도되었을지 모른다
피나클스 투어의 첫 행선지였던 무어리버
연휴를 맞아 캠핑을 온 가족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야생의 펠리컨을 보았다
펠리컨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방비로 보긴 처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펠리컨의 눈깔이 초점이 나가보여서 조금 피하고 싶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대중교통을 좋아했어서 운전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그리고 평생을 서울에 살 것이라 생각했기에 면허를 따야겠단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로드트립을 한 번 쯤 해봐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곤 한다
그 곳이 미서부일지 호주일지 뉴질랜드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와 함께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꽤 특별한 여행일 것은 분명하다
피나클스를 보며 그런 상상을 했다
오늘은 캐버샴 동물원에 가는 날이다
사실 나는 동물원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동물원, 아쿠아리움 등의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물원은 인간의 욕심일 뿐, 동물은 자연에서 살아야한다고.
정 동물을 보고싶으면 인간이 자연으로 가야한다며 말이다.
그렇게 살아온 지 꽤 된 듯한데 호주의 동물원은 그런 거부감이 적었다
인간의 틀에 갇혀있다는 인식이 적게 든 탓일까
동물들을 보며 드는 불편함이 없었다
여기엔 코알라 뿐 아니라 캥거루와 왈라비도 있다
그 중 캥거루에게는 직접 밥도 줄 수 있다
하지만 보다시피 캥거루는 만사 귀찮고 피곤해보인다..
왜 사람도 보면 기상 브이로그라면서 세팅 다되있는 그런 모습들 말고, 진짜 막 일어난 날 것의 것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러지 않나
캥거루의 저런 모습을 처음 봐서 캥거루가 조금은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호주에 있으면서 저 표정이 아닌 캥거루를 보지 못했다..
꼬리로 뛰어다니고.. 잽 날릴 준비하는 캥거루는 미디어 속에만 존재하는걸까..?
야생이든 자연이든 다들 낮잠자거나 자다 깬 모습이었다
잠시 본 펭귄이다
자연의 펭귄은 멜버른 필립아일랜드에서 볼 수 있다
농장쇼를 한다길래 보러갔는데
양털을 즉석에서 깎더라
처음 보는 탓인지 다른 이유에선지 모를 불편함이 들었다
양고기도 잘만 먹고 양털 의류도 잘만 쓰면서 말이다
누군가 날더러 고슴도치상이라 한 적이 있다
여우상을 꾸준히 밀고 있지만 고슴도치상도 제법 맘에
든다
내 친구는 맨날 햄스터 사진을 같이 올리길래
저 과일 먹는 사진에 태그를 걸어줬다
그러니 본인은 젓가락을 사용한다고..ㅋㅋㅋ
퍼스에 온 목적인 쿼카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오크베리 아사이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하지만.. 아사이가 맛있어서 또 먹었다
카카오닙스를 추가하는걸 매우 추천한다
그리고 대망의 쿼카!
쿼카는 옆에서 보면 긴 꼬리 때문에 쥐 같다..ㅋㅋ
근데 그 쥐마저도 귀엽다하는 친구도 있더라
음 원래 동물 사진보고는 귀엽다 느껴도
살아있는 동물보고는 그리 생각해본적이 많지 않다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
근데 쿼카도 귀엽고 코알라도 귀엽고 캥거루도 귀여웠다
어쩌면 나는 유대류를 좋아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로트네스트 섬에서 나와서 코트슬로 해변에 갔다
내가 그리던 여유로운 해변가의 모습이었다
햇볕 아래에 누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동물을 좋아했을지도,
퍼스는 그런 곳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