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읽기와 글쓰기

페르소나와 야누스

by 주니스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간다.

페르소나는 상황에 따라서 그때 그때 바뀐다.

어떤 페르소나를 쓰고 있을 때 가장 부끄러운가?

철없던 시절의 페르소나? 울고 있는 페르소나? 화내고 있는 페르소나?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가장 부끄러운 순간은 페르소나를 갈아쓸 때, 민낯을 드러낼 때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다.

내 글을 보고 남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너무 못 쓴다고 비웃지는 않을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욕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민낯을 드러낼 때 우리는 부끄러움도 느끼지만 쾌감도 느낀다.

민낯은 막 태어난 아기의 천진난만한 웃음,

선악과를 따 먹기 이전 아담과 이브의 모습과 같다.


글은 타인에게 노출하는 순간, 부끄러움보다는 창작의 기쁨이 더 크다.

부끄러움은 창작의 희열 아래 눈 녹듯이 사라진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함부로 폄하할수 없듯이

어떤 글도 자신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조금 신중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든 글쓰는 이들은 훌륭한 예술가이고 장차 멋진 아름드리 노송이 될 어린 새싹이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이들도, 함께 글쓰는 이들도, 모두 물과 햇빛이 되어 칭찬하고 격려해 줘야 올바르게 자랄수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다.

야누스의 두 얼굴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선과 악의 양면성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 부부나 친구처럼, 함께 균형을 맞추어야 시너지 효과로 발전하고 성장할수 있다.


한달간의 브런치여행, 멋있고 흥미로운 시도였다.

내가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창작의 기쁨과 예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즐거운 일이었다.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은 그 사람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독서 토론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 함께 글쓰기 여행.

글쓰기는 페르소나 갈아 쓰기가 아니었다.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한걸음 가까워지는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앞으로도 이 여정이 계속 되고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추억 가득한 이 멋진 여행이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흑백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