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희 Jan 08. 2025

공원 길에서 나눈 인사

 

 

집 가까이에 산책하며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있어서 좋다. 아침 일찍 동네 친구 마리아와 아네트랑 만나서 걸을 때도 있고 낮에는 나 혼자 걷기도 한다. 이 공원은 원래 골프장을 하던 곳이었다. 팬데믹 때 골프장이 잘 안 되었던지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에 동네 한 바퀴 걷다 보니 골프장이 시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에서 사가지고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먼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 덕에 전엔 바라만 보던 그린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한낮이 되어서야 걸으러 나갔다  공원엔 호수도 몇 개나 있고 산책길도 몇 갈래로 되어 있어서 그날 기분 따라 가까운 데 잠시 건기도 하고, 친구랑 함께 가는 어느 날에는 좀 먼 길을 선택해서 걷기도 한다. 오늘은 나 혼자였고 날씨도 쌀쌀해서 걷는 길이 한적했다. 날씨가 차가운데 하늘은 어찌 그리 투명한지. 싸한 슬픔마저 느껴질 먼큼 푸르렀다. 여유롭게 해찰하며 걷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운동복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고개 숙이고 스쳐 지나가 버릴까, 아님 인사를 건넬까 망설이다가 "날씨가 춥네요" 하고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 남자는 두 팔을 앞으로 포개며 미국 사람들 특유의 어깨를 으쓱하며 춥다는 듯한 제스처를 하고 지나갔다. 한적한 공원 길에서 간단히 나눈 몸 언어와 인사가 추위도 살짝 녹여 주는 것 같았다.


 얼마를 걸어가다가 이번엔 금발 머릿결이 빛나 보이는 아줌마를 만났다. "하이" 하였더니 날씨가 좀 따뜻해진다며 환한 미소를 날리며 지나간다. 공원 길을 걸으며 스쳐 지나간 사람과의 짧은 몸짓과 인사가 삽상한 날씨에 덧입혀져서 기분 좋게 해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