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정주행을 시작합니다! 와아아~ 짝짝짝! 흠흠, 솔직히 말하자면 세계문학전집을 순차적으로 읽고 독후감을 쓰려는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몇 년 전의 첫 번째 시도가 작심삼일 수준은 아니었지만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쓰는 행위를 내 생각만큼 지속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내심 두려웠다. '가다 말면 안 가는 것만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가 됐든 간 만큼은 내 세계가 넓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믿고 한번 나아가 보기로 했다. 세계문학전집과의 만남을 언젠가 이루고 싶은 미래의 꿈으로만 남겨 두고 싶지 않았기에, 2025년 새해맞이 기념으로 '변신 이야기 1'을 무작정 손에 들었다.
로마의 작가이자 시인인 오비디우스는 250여 가지가 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변신'에 초점을 맞춰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 나갔다. '변신 이야기 1'에서는 '제1부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부터 '제8부 인간의 시대'까지의 내용이 나온다. 천지창조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신과 인간들의 사랑과 욕망, 갈등과 복수, 영웅들의 모험과 활약 등으로 점점 가지를 뻗어 나갔다.
수많은 신화가 각종 동식물과 별자리의 명칭,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 등으로 절묘하게 이어진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 세상과 우주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뛰어난 이야기꾼이 노래한다면, 아마도 이 작품이 가장 이상적이고 놀라운 결과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의 도입부인 서사에서 신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한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사실 책 내용만 놓고 본다면, 2025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나와서 순간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기는 했다. 행동하는 본인에게만 사랑이고, 상대방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수준인 범죄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가해자에게는 합당한 처벌도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괴상한 동식물로 변하는 벌을 받으니 이거야 원, 책 두 번 읽었다가는 제명에 못 살겠다. 독자가 괜히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 책 읽다가 드라마 속 회장님처럼 졸지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할많하않. 리뷰도 분노에 차서 투다다다 써 내려가다 몇 번을 지웠는지 모르겠다).
결국 내가 책을 읽는 목적 중에서 '위안과 차원이동(?)의 기쁨'은 이 책에서 과감히 포기하고, 나머지 목적인 '빛나는 영감'에 집중하기로 했다. '변신 이야기'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창조의 원천이 될 영감을 전해 주었다. 그 증거 자료가 될 각종 그림들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크기가 작고 흑백인 점이 조금 아쉬웠으나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이라도 나올 때면 내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 나가고는 했다. 8부 세 번째 이야기 '하늘을 나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편을 읽을 때는 작년 앙리 마티스 전시회에서 보았던 '이카루스'가 떠올라서 괜히 혼자 흐뭇해하기도 했다는 것은 안 비밀!
'변신 이야기'에서 만난 신들은 인간보다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었다. 문득 인간인 내가 완벽을 꾀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까지는 아니지만, 오만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비디우스의 기도처럼 나 또한 마음의 원에 쫓기어 세계문학전집과의 여정을 시작했으니, 부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