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말괄량이 삐삐를 닮은 사과

by 작가의숲

쓰가루(つがる)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동서 길이 100km, 남북 길이 20km에 이르는

해협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집 사과나무의

품종이름이기도 하다

일본의 아오모리 사과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와 '홍옥'을 교배해

품종개량한 초록사과


그때 붙여진 이름이

'아오리 2호'


그러던 것이

1975년 '쓰가루'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되었지만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아오리로 부르고 있으니

역시 처음부터 이름을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벚꽃이 떨어진 4월 중순

쓰가루 사과의 꽃이

싱그러운 잎사귀 속에서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이토록 상큼한 사과나무는

어떻게 우리집에 오게 됐을까


누군가 땅을 팔면서

그곳에 심어져 있던 것을

선물로 주면서

여기로 옮겨왔다고 한다


총 네 그루의 사과나무


봄에는 어린 자식 사과나무도

두 그루 더 생겼다

처음 사과가 열리기 시작할 무렵

한 가지에 한 개만 남겨두고

모두 잘라내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한꺼번에 네 개 정도 열린 곳만

눈 딱 감고 한두 개 정도를 잘라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사과가 굵어지거나

아예 떨어지거나

그 어느 쪽이 되더라고


그건 그저

사과나무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8월 중순

마침내 주먹만 한 크기의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사과를 직접 키워 먹다니


먹는 건 둘째치고

보는 즐거움도 엄청나다


그런데 여름 햇살을

너무 많이 받은 걸까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고 깨끗한 얼굴은 아니다

아니면

너무 친환경적이어서

그럴까


대부분은 건강하지만

그중에는

아픈 사과도 더러 있다

아오리라 불리는 쓰가루


비록 주근깨는 가득하지만

상큼한 맛은 제대로 들었다


주근깨 투성이지만

정의롭고 때론 엉뚱한

말괄량이 삐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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