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른 하루, 17일

by 연일

오늘은 우리 지역에 눈이 정말 많이 내렸어

우리가 언젠가 기다렸던 오늘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치워진 길을 내버려두고, 뽀드득 눈이 쌓인 길을 걸어가며

한 손에는 뜨거운 호빵 혹은 붕어빵을 들고 웃으며 걸어 다녀


보면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데,

너도 어쩌면 이런 행복을 원하진 않았을까

괜히 남의 행복을 보며 부러움에 쓴웃음을 짓게 돼


우연히 어떤 글을 보게 됐어

헤어지고 그리움을 토해내기 전에

충분히 울고, 술도 먹고, 소리도 질러보고 이별을 직면한 뒤에

그리움을 토하며, 재회를 고민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야


생각해 보니, 나는 너를 잃는다는 무서움에

아이처럼 바짓가랑이만 붙잡는 모습만 보이고

사실 지금도 겉모습만 정돈했지, 속은 다르지 않은 거 같아


우리의 연애를 수도 없이 돌아봤지만

그건 항상 그리움에서 시작한 미안함이었어

차갑게 우리를 둘러볼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


우리가 싸우고 차갑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너가 나에게 예민했다며 먼저 사과를 건넸을 때

많이 답답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 준 걸까


우리가 지은 그 수많은 웃음 속에서도

너는 느꼈을 나의 미묘한 기분의 변화를 눈치채고도

서운함이 내비친 그 의미를 못 본 체 입맞춤을 해주던

너의 그 마음에는 어떤 사랑이 담겼던 걸까


너가 무조건으로 건넨 사랑 속에는 무수한 의미가 담겨 있었겠지만

눈앞의 편안함만 바라보던 좁은 내 시야가 야속하기만 해


헤어짐이 주는 의미는 나를 아프게도 하지만,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왜 너로부터 알았어야만 할까 오늘도 미안해


이런 마음으로는 너를 붙잡는 게 미안할 정도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다시는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몇 번이고 다짐하고 싶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너에게서 멀어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너의 행복을 바라는 일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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