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는 한국에 사는 외계인?

외국인이 느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by 김유정yoojung

수업이 한창인 교실. 학생들과 듣기 지문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했다. 듣기 내용은 유학생 켈리가 다음 주에 한국에 놀러 오는 고향 친구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지 한국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여러분 켈리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어요?”

“한국에 살고 있어요.”

“맞아요. 켈리는 한국에 사는 외계인(?)이에요.”


아뿔싸. 학생들의 답변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외계인’으로 잘 못 발음한 것이다. 교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웃음의 결은 조금 달랐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실수가 그저 재미있어서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순간 절묘하게 툭 나온 실수가 어이없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낱 말실수로 끝날 뻔했던 이 일은 한 학생의 이야기 덕분에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었다.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에 일본 국적의 학생인 A 씨가 내게 다가왔다. 평소에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아 쉬는 시간마다 종종 질문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선생님, 어쩌면 켈리는 외계인이 맞을 수도 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외계인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잖아요. 한국에 처음 온 우리도 한국 사람과 달라서 여기에 외계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당황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A 씨는 언제 자신이 외계인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아는 것이 없어서, 말이 잘 안 통해서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그래서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한국 사람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저는 한국에 사는 외계인이 맞을지도 몰라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A 씨에게는 소속감마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언어 체계를 잘 아는 것과는 조금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사전적 의미에서도 ‘말이 통한다’는 ‘마음이나 말, 생각 따위가 다른 사람과 잘 소통되다’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말을 단순히 전달 도구로만 보지 않고 마음과 생각이 맞닿아 일체감과 소속감마저 느낄 수 있는 고차원적인 행위로 보는 것이다. ‘말이 통한다’는 ‘의사소통’과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의사소통의 핵심 요소인 상호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도 ‘실제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다. 학습자가 실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A 씨처럼 그 나라의 말을 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사자성어 ‘이심전심’은 ‘써서 이(以)’, ‘마음 심(心)’, ‘전할 전(傳)’, ‘마음 심(心)’이라는 네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직역하면 ‘마음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뜻이다. 즉,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순간을 의미하며 그 자체만으로 깊은 소통이 이루어진다.


2023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250만 7584명으로 총인구 대비 4.85%로 역대 최다다. OECD에서는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유학생, 결혼 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등 한국을 찾는 목적과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한국말을 잘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보다 마음으로 먼저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닌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들이 ‘외계인’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