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빠라니!
얼마 전 생일이었습니다.
매해 맞이하는 생일이 뭐 그리 특별한가 싶다가도,
유난스럽게 축하해주는 친구와 가족을 보면 고맙고, 잘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중고딩을 벗어났는데도 여전히 친구들이 보내주는 무지막지한 이모티콘에 감동하곤 하고요.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빠의 축하는 받지 못했습니다.
아빠와 저는 사이가 좋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부딪혔고, 결국 멀어졌습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린 지금,
생일 축하 같은 말조차 주고받기 애매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생일에 아빠의 축하가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더 씁쓸했습니다.
아빠와 냉전 상태에 있을 때면 제가 먼저 말을 건네곤 했어요.
나는 아빠와 잘 지내고 싶다. 이런 말들이죠.
근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지칩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끝나는 관계.
가족과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 무섭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어릴 땐 세상의 모든 관계가 이런 식인 줄 알았어요.
내가 계속 노력해야 관계가 이어지는거구나.
누군가와 이어지는 건 원래 이렇게 힘든거구나.
혼자가 낫겠다.
근데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구요.
세상엔 저와 나누는 이야기와 경험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먼저 연락해서 방콕하고 있는 저를 끌어내주기도 하고,
제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제 친구들, 그리고 저에게 다가와주는 모든 사람들이
참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아빠 덕분에 관계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니...
이쯤에서 그냥 퉁 치렵니다.
가을이 오니 문득 씁쓸함이 몰려와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