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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마음의 무게

Belonging, 그 길 위에서

by rufina


“넌 노르웨이에서 이민자로 사는 게 어때?”
오늘 저녁, 남편이 던진 질문이 내 마음 깊숙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노르웨이에 온 지 이제 18개월. 출산과 육아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냈기에, 사실 나는 이민자로서의 삶을 깊이 체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남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았다.
노르웨이인이지만, 때로는 노르웨이인들 사이에서조차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소속되지 못한다는 느낌이 마음을 짓누른다고 했다.


남편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이다. 태어나자마자 국내 입양이 되었지만, 양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양아버지에게 파양되었고, 잠시 고아원에서 지냈다. 이후 노르웨이로 다시 입양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랄 땐 큰 차별이나 낯선 시선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대학 진학으로 큰 도시에 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물었다.
“교환학생이니?”

아무 악의 없는 말이었지만, 남편에겐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그 말은 점점 무거운 짐처럼 다가왔다.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은 이상하리만치 큰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여기서는 나도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야.”


지금도 남편은 그 편안함을 그리워한다.
다름에서 오는 긴장감을 다시 안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여전히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나도 이제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노르웨이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나 역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미묘한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 길을 걷다 동양인의 얼굴을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에 무심코 한 번 더 눈길이 가곤 한다.


앞으로 이 무게는 우리 부부가 함께 감당해야 할 것이고, 언젠가 아이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어떤 조언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다름을 마주하고, 그 무게를 받아들이는 법.
그것이 우리가 배우고,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삶의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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