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마음을 열어주는
강아지를 보면 엄마 미소를 머금고 '오구오구'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좋아하십니까?"라는 설문지 항목에 대해서
5점 만점에 2점을 체크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회사 자재팀 고양이가 묘한 경험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다. 쓰다듬어주려고 하면 날렵하게 도망갔다.
사실,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저 털 뭉치는 얼마나 부드러울까 만져보고 싶은 호기심 정도였다.
조그만 고양이가 너무 날렵하게 도망가서 더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이 싹 가셨다.
아쉽기는 아쉬웠는데 순전히 이기적인 호기심을 채우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자재팀에 다시 갈 일이 있었는데 그 고양이가 존재감 넘치게 책상에 앉아있었다. 우리 회사가 이제 고양이한테도 책상을 따로 주는 줄 알았다. 심심하게 지나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뿜고 있었다.
괜한 호기심에 쓰다듬어 주려고 했는데, 의외로 가만히 있었다. 등과 목을 주물러주고 있는데, 우아한 경험을 했다.
내 팔뚝의 절반만한 고양이가 눈을 감은 채로 머리로 내 팔을 세 번 쓸어주더니, 눈을 천천히 감으면서 잠들어버렸다.
3분 동안 가만히 있었다.
먼저 믿어주는, 숨 쉬는 작은 털 뭉치에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다음에는 2점말고 4점으로 체크할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