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학교 앞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정말 어쩌다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연스러워졌다.
우리가 얼마나 같은 색이며, 이렇게 겹치는 부분이 많은지 놀라며 시간을 즐겼다.
다른 부분도 있었다. 잘 웃는 서울 여자와 "시끄럽다, 밥뭇나"가 입에 붙은 경상도 남자의 조합이었다.
그 친구는 자기가 마음을 연 사람에게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었다.
생일에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이후로 항상 쓰던 바로 그 화이트 머스크 바디로션을,
취업준비를 하느라 피곤해할 때
미국을 다녀오면서 비타민제를,
드립 커피에 막 관심을 가질 때
발리를 다녀오면서 인도네시아 원두 맛을 보여줬다.
내가 그런 상황에 있었어서, 꼭 그 물건을 골라서, 나에게 줬을 리는 없지만
상황이 꼭 맞아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생일은커녕 명절 때도 안 주고 안 받는 집안에서 자랐다.
24살이 넘어서야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챙겨주는 맛을 알게 되었다.
과분한 친구다.
커피 말고도 그 친구가 발리를 다녀오면서 준 것이 있었다.
같이 준 엽서에 입혀진 말 중 기억나는 것이
2015년도 잘 부탁해
요즘 읽는 책에 엽서가 끼워져 있다. 책을 볼 때마다 저 말이 아리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서, "뭐하노"라고 하기도 전에
2016년은?
이라고 따지고 싶다.
괜히 책이 야속하다. 하필 그 책이, 총 균 쇠라서 700페이지가 넘는다.
아리기 싫어서라도 얼른 읽어버려야겠다. 역시 글은 짧은게 미덕이다.
멀리 와있어서 예전처럼 보지 못하고,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이 그림이 야속한 것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