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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Dec 31. 2015

"영어 글 음미하는 거?"

"꿈이 뭐냐"에 대한 대답

회사에서 일하는데 메신저가 자기를 딱 3초만 봐달라고 깜빡거렸다.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일하는 동기였다.


야 니는 꿈이 뭐냐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이 되는 거지!
어 나돈데, 그거 말고
영어로 된 글을 어감 차이까지 느껴가면서 음미하는 거?
그게 뭐시고ㅋㅋㅋ희한하네


취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내 꿈은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꿈이 뭐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한 대답은

'영어로 된 글을 온전히 음미하는 것'이었고, 제법 멋들어진 답변이라고 스스로 흡족해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를 기다릴 때 가방에 넣어둔 에세이를 틈틈이 읽는다.

영어스러운 표현으로 깔끔하게 써진 문장을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에 에버노트에 기록해 놓는다.

물론 기록하는 것과 내 것이 된다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더라.


'내 꿈은 사장이오'라는 말은, 스스로 최면을 걸었던, 학습해온 꿈 비스무레한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창피하게도,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의사요,  변호사요,라고 직업을 들이미는 분위기에서 '내 꿈 중 하나는 다른 언어를 음미하는 것이오'라고 드러내기엔 괜스레 민망하다.


그래도 스스로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기회였다. 감사해지는 일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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