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이쁘게 하기
말은 향이 진하다.
주위 사람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전에는 이런 상황이 되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은 밥, 술을 많이 사준 사람, 좋아하던 사람, 좋아했는데 고백 못해서 미련이 남는 사람일 줄 알았더란다.
의외로 말 이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직접 보지는 못하고 카카오톡, 스카이프 정도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를 온전히 곱씹어 볼 수 있는 때가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지내냐고, 영상통화하자고 해주는 그런 사람이 이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다. 나도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했던 때라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얘가 왜 굳이 수고스럽게 전화를 걸어다줄까 생각이 들 때 쯤에는,
오빠는 상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잰 체하거나
이런 건 자고로 이래야 해! 하는 불편함이 없어서 얘기하면 참 좋아
같이 말해주기도 했다.
2년 전 즈음에, 학교 다닐 때 특히 이뻐하던 후배랑 삼계탕을 먹은 적이 있었더란다. 아니, 삼계탕이 아니라 반계탕이었다. 닭이 절반만 들어간 반계탕. 거제도에서 상경해서 유학하는 학생이라 주머니 사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삼계탕이 먹고 싶었다. 옆자리에서는 삼계탕을 먹고 있어서 부러운 마음 하나,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 하나, 그리고 돈 벌어야겠다는 마음 하나에 이런 얘기를 했더란다.
"내가 돈 벌면 반계탕 말고 삼계탕 사줄게"
쿠웨이트에서 정신없이 일하느라,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연락을 못하던 차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행님 저 취업했어요, 소고기 한 번 먹죠! 언제 와요? 얼른 와요
친구들은 지나가면서 흘리던 말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진심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쳐도 말 한 마디의 향이 참 짙다. 후배 녀석이 저 말을 한 게 한 달반은 되니까, 한 1,000 시간 짜리 향수인 셈이다.
내음이 가실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