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형아답게

김성철

콧물 휘날리며 구슬을 튕겼지

골목엔 숭덩 구멍이 파였고

구멍 속에는 우르르 구슬이 몰려들었지


저 구멍에서 이 구멍으로 구슬이 들어갈 때면

약 올라 구슬을 발로 차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어


어느 날 옆 동네 녀석이 큼지막한 쇠 구슬을 들고 나타난 거야

우리는 구슬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족족 깨지는 유리구슬을 바라보았지

첫 상실의 맛은 날카로웠어


그날 늠름하게 돌아가는 녀석을 보고

옆집 아이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

사실은 나도 따라 울까 싶었지만

옆집 아이가 나보다 어렸으니 형아답게 참았지

꾸욱 참았지


어제는 코로나 확진자가 오천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렸어

내 손을 꼭 잡고 울던 옆집 녀석

별일 없이 잘살고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 오후까지 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