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 청 군사에 잡혀 끌려가는 여인들
벌써 1년이 되었나 보다
작년 중국 만주 일대를 열흘 동안 헤메고 다녔던 기억에 살풋 실눈을 하고 압록강과 백두산 연변 일대를 돌아 윤동주 선생님의 생가와 묘소까지 찾았던 기억에 다시 한 번 펼쳐보는 만주일기다
[만주기행] 1탄
10.22 화
어제밤부터 내리는 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만주 문학기행을 함께 하자고 소설가 박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은지가 한 달이 되었는데 시집 출판 관계로 뛰어다니다가 보니 달력이 한 장 넘어가는 것도 몰랐다
어제 밤은 만주여행지를 인터넷으로 뒤적이면서 얻은 작은 지식을 머리에 담았다
고구려 주몽왕의 역사가 시작 된 조선족의 마을 그 일대를 둘러보고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찿아 민족시인의 얼을 되세기며 하얼빈 독립투사의 민족애를 살피는 것이다
여지껏 생각을 못했던 우리나라의 발원과 민족애
그 뿌리를 찿는다는게 뭔가 새로운 느낌표가 된다
아침 9시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점심을 먹자고 식당으로 가는데 전화가 왔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이란다
왜일까?
느낌이 이상했고 전화 속의 아가씨 목소리가 오늘 배가 출항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이런 , 이걸 어쩌나 " 계획한 만주에서의 일정이 뒤틀려버린다
"소슬거리는 이슬비에 그 큰배가 출항을 못해?"
서해에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다는 것이다
따질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서 하룻밤을 지내고 인천 관광에 의견을 모았다
찻집에 앉아 인천을 뒤적거려보니 월미도 차이나타운 거리가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의 안내로 중국식 풍치들을 둘러보다가 골목 끄트머리로 이어지는 곳에 먹자판 한국식 음식점들이 줄을 서 있다
비는 내리고 초저녁부터 한 잔 술이 두 잔 세 잔으로 사내들의 낭만이 술잔 위를 헤집고 다닌다
그러다가 문득 잠시 스치는 얘기로 병자호란의 치욕이 되새겨진다 청나라와의 전쟁에 패하여 인조임금이 청의 홍타이지에게 3번을 절하고 9번 고개를 숙였다는 치욕에 언성이 높아진다
조선의 아낙들이 청의 인질로 끌려 갈 때의 풍경을 그려본다
눈보라가 치는 추운겨울
한양에서 낙안까지 그 머나먼 길을 변변치 못한 옷차림으로 짚신을 신고 절뚝거리며, 청의 군사들에게 짓발히며, 울면서 울면서 산 넘고 물을 건너는 정경을 얘기하다가
목이 메여 저린가슴으로 꺼이꺼이 목줄기에 술잔을 넘겼다
비는 주룩주룩 우리들의 마음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