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는 팔리지 않는 집에서 시작된다

PF부실과 미분양은 왜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가

by 김선철
Gemini_Generated_Image_jzt89xjzt89xjzt8.png

1. 팔리지 않는 집의 시간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그 사건은 한 금융회사의 실패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주택 가격 상승을 전제로 쌓아 올린 신용의 붕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사 자료도 2008년 가을 리먼 파산 이후 금융위기와 경기수축이 급격히 심화되었다고 기록한다.


지금 한국 부동산시장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다시 나타난다. PF 대출은 줄고, 연체율은 내려갔다는 숫자가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는 아직 팔리지 않은 집, 공사가 끝났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집, 만기연장을 기다리는 사업장이 남아 있다.


위기는 언제나 숫자보다 늦게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균열은 숫자보다 먼저 현장에서 시작된다.


2. 숫자는 줄고 부담은 남다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 공식 통계 기준, 2026년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6,208호다. 전월 66,576호보다 0.6% 줄었다. 겉으로 보면 미분양 총량은 소폭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준공 후 미분양은 31,307호로 전월 29,555호보다 5.9% 증가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일반 미분양은 아직 분양전략 조정, 가격 조정, 금융조건 변경으로 흡수될 여지가 있다. 반면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공사비가 투입되고, 금융비용이 누적되고, 입주 시점까지 도달했는데도 매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 통계누리는 미분양 통계가 민간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 매월 작성되고, 주택공급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PF시장도 표면 지표만 보면 개선 흐름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2월 말 기준 전체 PF 익스포저가 174.3조 원으로 2025년 9월 말 177.9조 원보다 3.6조 원 감소했고, PF대출 연체율도 3.88%로 전분기보다 0.36%p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유의·부실우려 여신도 14.7조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정리와 재구조화가 진행되며 총량은 줄었지만, 남아 있는 위험은 더 선별적이고 더 질긴 위험이 되었다. 이제 문제는 전체 PF 규모가 아니라, 어떤 사업장이 실제 손실로 전이될 것인가이다.


3. 부실은 현금흐름에서 온다


PF부실과 미분양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는 금융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언어일 뿐이다. PF는 미래 분양수입을 담보로 현재의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분양이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누적되면, 그 순간 사업장의 미래 현금흐름은 현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다.


PF의 전제는 단순했다.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하면, 분양수입이 들어와 대출을 상환한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이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 분양가는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공사비는 예측 범위 안에 있어야 하며, 금리는 사업기간 동안 감당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선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1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부동산개발은 이제 기록과 검증의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