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또래 집단에 대하여
지난주에는 법칙 1. "내 또래와 똑같아져라" 아이들은 왜 뻔히 아는 사실도 집단의 의견을 따를까? 와 법칙 2. "반드시 집단에 속해야 한다" 왜 그렇게 소위 '인싸 무리'에 집착하는 걸까? 에 대한 이유와 교육적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법칙 3 ~ 5까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잘 읽고 자녀의 인성과 생활교육 그리고 학교에서의 교육적 접근법에 대한 시선을 갖길 바란다.
법칙 3.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라"
왜 착했던 아이들이 특정 친구를 배제하고 미워할까?
집단은 항상 포함(Inside)과 배제(Outside)의 경계를 설정한다. 이 법칙은 공통의 적을 만들 때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한다. 즉, 서로 똘똘 뭉쳐 또래 집단에 포함되었다는 인식을 갖기 위해 공통의 적(부모,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의 모든 사람 중 선택적으로 적을 만듦)을 만들어 놓고 비난과 공격을 위해 똘똘 뭉치며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다. ‘관계 폭력’이라는 말이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시점이다. 실제 예시를 들어보면, C 그룹의 구성원들은 사실 서로를 아주 좋아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D라는 친구를 싫어하거나 따돌리는 데 동의함으로써 그룹의 친밀함을 느낀다. "우리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라는 친구의 말처럼, ‘배제’는 그들이 속한 집단이 '아무나 속할 수 없는 특별한 것'임을 증명하는 잔인한 방식이다. 아이들이 보이는 '잔인함'은 개인적인 미움이 아니라, 집단을 유지하려는 생존 본능의 발현일 수 있다. 이 나이 때에는 또래 집단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 잔인함의 수준이 점점 더 심해져 간다. 그럼에도 잔인함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또래 집단에 포함된 것에 만족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자칫 잔인에 집중하며 아이들의 인성을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또래 집단에 소속되었는지 배제되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생활지도에 참고해야 한다.
법칙 4. "사회적 서열 속에서 너의 자리를 찾아라"
왜 또래 집단에는 항상 ‘리더’와 ‘추종자’가 정해져 있는 걸까?
또래 집단이 형성되면 곧바로 계급 체계(Hierarchy)가 발생한다. 아이들은 다른 영장류처럼 스스로를 사회의 사다리에 배치하며,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는 싸움을 잘해서 서열이 높은 경우도 있고, 공부를 잘해서 서열이 높은 경우도 있으며, 외모가 빼어나서 서열이 높은 경우도 있다. 즉, 또래 집단에서 계급 체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는 뜻이다. 또래 집단의 성격에 따라 나름의 기준으로 스스로 또래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계급)를 스스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신체적, 언어적, 관계적 다툼을 통해 서열 우위에 서는 경우도 있다. 실제 예를 들어보면, E는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다. E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유행어가 되고, E가 거절한 활동은 즉시 그룹 전체의 활동 목록에서 삭제된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E의 권위에 도전하는 대신, E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따르면서 자신들의 집단 내 위치를 유지하려 한다. 어른들의 충고는 이 사회적 서열을 뒤집을 만큼의 힘이 없다고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을 무시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서열 우위에 있는 아이를 영웅시하며 스스로 아래 계급에 위치한다. 아마 내 아이가 리더인지? 추종자인지에 대해서는 자녀의 또래 집단을 면밀히 관찰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법칙 5. "반드시 역할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왜 주어진 역할에 따라 행동할까?
계급 조직 내에서 집단은 각 구성원에게 역할을 할당한다. 이 역할은 개인의 재능과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지시에 따라 역할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셔틀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셔틀은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스스로 셔틀에 만족하며 또래 집단에 소속되면서 안정감을 찾음)도 있지만, 힘의 서열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셔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상황을 정확하게 관찰하지 않고 섣부르게 과거의 경험대로 판단하면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는 훨씬 멀어지게 되니 유념하기 바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예를 들어 보면, F는 원래 밝고 명랑한 아이였으나, 특정 집단에 들어가면서 '집단의 분위기를 띄우는 익살꾼' 역할을 맡게 되었다. 때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웃음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또는 어떤 아이는 실수로 '희생양'이나 '만만한 존재'라는 역할을 할당받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행동하며, 도덕성 역시 그 역할이 요구하는 바를 따른다. 이 역할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기대와 충돌할 때, 아이들은 갈등을 겪지만 집단의 역할 수행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부모와 선생님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더 강력하게 부모와 선생님이 제제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역할 수행을 최우선시하며 행동하니 아이들의 행동에 크게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이 또한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간다. 다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개입이 적절치 못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져 부모, 선생님, 학생 간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음을 늘 유념하면 좋겠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위로
아이의 반항은 집단에 대한 ‘복종’이며 일정한 시기에만 집중되었다가 사그라든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을 향한 개인적인 반항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은 또래 집단이라는 강력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자존감을 스스로 떨어뜨리지 않길 바란다. 내 주변에 자존감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이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또래 집단이 위에 제시한 것과 같이 5가지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관점은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만들고 그 안에 소속되려는 경향이 부모나 선생님의 교육관 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속한 집단의 역할과 계급에 휩쓸리지 않도록, 부모님과 선생님께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역할 모델을 꾸준히 보여주시는 것도 중요한 교육적 접근 방법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아이들의 세상이 덜 잔인하고 더 공정해질 수 있도록, 아이들 개인의 인성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소속될 수 있는 성숙하고 민주적인 집단의 틀을 가정과 학교에서 만들어주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이미 부모로서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계신 모든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