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1일 수요일.
Day 3 마카(3,780m)~한카(4,000m)
이동시간 : 4시간
이동거리 : 12.5km
청보리밭과 설산의 하모니
이날이 마카밸리 트레킹 평화로움의 하이라이트다. 마카밸리 트레킹 중 3일차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곳 중 제일 평화로운 마을을 지났다. 설산, 메마른 절벽, 마카강 그리고 청보리밭이 묘하게 장관을 이뤘다.
오늘도 어제만큼의 거리, 약 12km를 걷는 날이다. 전체적으로 4시간 반 정도를 걸었고, 오전 8시 반에 출발해 오후 1시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원래는 한카에서 토춘체까지 이동해, 니말링과 가까운 토춘체에서 야영을 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한카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했다. 토춘체에서는 야영만 가능하다고 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홈스테이를 선택했다.
홈스테이는 아무래도 공간 활용도가 좋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하기에도 더 수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텐트를 치고 자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오늘은 조금 더 편안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빙하수 강 도강! 맨발로 걷는 얼음물의 짜릿함
이날은 마카밸리강을 도강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짜릿짜릿하다. 돌다리가 없어 신발을 벗고 종아리 정도 수위의 강을 건너야 했는데 문제는 빙하수가 어마어마하게 차가웠다. 건너다가 조금이라도 큰 돌멩이가 보이면 그 위를 밟고 올라가 단 5초라도 물 밖에 나와 쉬어야 했다. 남편은 거의 울 것 같은 곡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걸어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재밌던지 까르르 웃었고 옆에 있던 외국인 트레커들도 힘내라며 박수를 쳐주었다.
중간에 간이 매점에 들러 잠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시원함과 미지근함의 중간쯤 되는 마운틴듀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 톡 쏘는 탄산이 온몸의 피로를 싹 씻어내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이 정도 온도의 음료조차도 감탄이 나올 만큼 달콤하게 느껴졌다.
저 멀리 캉야체2(6,200m)의 설산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제법 버틸 만했는지 멋진 풍경을 넋 놓고 보면서 즐거운 트레킹을 계속했다. 이날 숙소 앞에서 청보리밭과 설산을 보며 일광욕을 하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풍경을 보고 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카 도착, 따뜻한 홈스테이의 환영
숙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숙소는 부모님과 딸 2명이 운영하는 작은 홈스테이다. 손님방도 2개밖에 없었다. 딸은 20대 초중반으로 비슷한 또래라 반가웠다. 영어를 거의 못 한다고 해서 직접 소통하진 못했지만 따뜻하고 순수하게 웃는 모습으로 이미 그 마음은 다 전해졌다. 이곳은 신기한게 화장실에서 냄새가 생각보다 덜났다. 젊은 여성들이 있는곳이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깨끗한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2-3시쯤 부터 홈스테이 안주인분께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전통식사는 제대로된 슬로우푸드이다.
햇살 아래 나만의 시간, 일기 쓰는 평온함
짐을 풀어 놓고 나는 뷰가 좋은 아랫쪽으로 내려가서 밀린 일기를 썻다. 햇볕이 뜨겁긴 했지만 평온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근처 계곡물로 수영을 하러가는 우리가이드, 포터와 다른방 가이드와 포터. 알고보니 우리가이드와 그 가이드는 원래 알던 꽤 친한사이 같았다. 계곡물이 얼음물처럼 차던데... 나는 고산병 걸릴까봐 무서워서 오늘 샤워도 못했지만 역시 현지사람들은 다르다!
가이드 인터뷰 촬영, 그리고 메기라면의 자본주의 맛
영상에 넣을 인터뷰 준비를 해야 했는데 해가 너무 뜨거웠을때는 힘들것 같아서 4-5시가 될때까지 기다렸다.
오늘은 우리 가이드도 인터뷰할 예정이었다.
우리가 유투브를 시작했는데 너를 간단하게 인터뷰 할예정이니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응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질문은 자기소개와 가이드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마카밸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중요한점, 마카밸리 이외에 추천하고 싶은 트래킹장소, 그리고 괜찮다면 직접연락을 해도되는지 등등 이었다. 솔직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준 갤포에게 참 고마웠다!
그리고 해가 질때쯤 우리는 홈스테이 하는 곳으로 왔다. 왔더니 갤포가 자기들은 메기누들먹을껀데 너희들도 먹을건지 물어보았다. 이것이 그 유명한 메기라면! 우리는 맛이 어떨지 모르니 1개만 시켜달라고 했다.
여기서 메기라면을 처음으로 먹어봤다. 손바닥 정도 크기의 2분 인스턴트 라면이었는데 인도 음식 특유의 카레향과 매콤함, 그리고 조미료의 짠맛이 특징이었다. 늘 향이 강하지 않은 음식만 먹다가 라면을 먹으니 무척 즐거웠다
만들어지는 동안 방으로 가던중에 본 메기라면 봉지. 봉지가 손바닥 만하고~ 2분이면 뚝딱 먹는 인스턴트 라면 같은데 우리나라의 스낵면 느낌이다.
그맛은 음.. 너무나도 익숙한 자본주의의 맛이었다. 조미료의 짠맛.
거기에 인도 특유의 카레향과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졌는데 한국사람들이 좋아할만 하다. 가격은 30-40루피이니 가격도 참 저렴하다.
4,000m 고도에서 맞는 고요한 밤
– 더 차가워진 공기 속, 한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리고나서 다이닝룸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면서 다이어리 정리를 했다. 저녁은 보통 7시반에서 8시정도에 먹는다. 오늘 저녁식사는 티모/띠모리는 보리로 만든 꽃빵에 달, 그리고 야채볶음 이었다
처음에 나오는 야채스프가 맛이 좋았다.
이제 고도가 4천미터 라서 공기가 좀 차다.
올라가면서 점점 홈스테이 방이 작아지는듯 하다.
이렇게 한카에서의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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