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2019년 9월 12일 목요일.
Day 4 한카(4,000m) - 니말링 (4,800m)
이동시간 : 7시간
이동거리 :10km
한카를 떠나 니말링으로, 마지막 여정의 시작
이제 드디어 마지막 숙소가 있는 니말링으로 간다. 2일간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걸었던 덕분에 몸도 한결 가볍고 컨디션도 좋았다. 어제 만났던 주인집 첫째 딸이 먼 길 잘 가라며 배웅해 주었다. 우리는 깊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들에게서 왠지 모를 정겨움을 느꼈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놀다 가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고도를 꽤 올리는 날인데 한 10분 걸었을 때쯤 바로 오르막 시작되었다. 골짜기 같은 곳을 올라오니 뷰가 참 좋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니 어퍼한카하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이곳은 설산이 보이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설산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 영상을 찍었더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오른편에 계곡을 두고 계속 직진해야 하는 코스인데 이제 고도가 4,000m라서 고산병 증세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관자놀이가 슬슬 아파 오기 시작했기에 고소적응을 위해 천천히 걷고 물을 최대한 많이 마셨다.
10걸음 걷고 20초 쉬고, 10걸음 걷고 20초 쉬고.
햇볕은 여전히 뜨겁고~ 이제는 고도가 높아서 공기가 차다. 엉금엉금.
나 스스로가 거북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열심히 걸어갔다.
얼어붙은 절벽 사이, 평온한 쉼터
한카에서 2시간 남짓 걸으니 토춘체라는 캠핑 장소 겸 쉼터가 나온다. 여기부터는 홈스테이가 없어 캠핑을 해야 한다. 삭막하고 높은 절벽 사이 평평한 잔디밭 캠핑촌을 보니 뭔가 평안하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곳엔 오전 10시쯤 도착하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음 장소로 출발해 인파가 많지 않았다. 햇볕은 뜨거운데 공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참 차가웠다. 경치가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에 조금 쉬었다가 갔다.
쉴 때마다 화장실을 가는 습관이 생겼다. 여기서는 홈스테이 장소가 아니면 쉽게 화장실을 갈 수 없기 때문에 화장실을 보면 들어가야 한다는 본능이 생긴다.
저 멀리 덩그러니 돌로 만들어진 화장실 하나가 보여서 찾아갔는데 정말 당황했다. 문이 없었다.
뜨악... 일단 급한 대로 3면을 가려주는 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이용했다.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바람에 날아갔을 것이라 짐작된다고 했다. 문이 없어진 지 꽤 된 것 같아 보였다. 캠핑장을 따로 관리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재밌는 경험을 또 하나 만들었다.
나말링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이다.
마지막 구간에는 확실히 오르막이 많았다. 올라갈 때마다 토춘체 텐트가 작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올라가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앞으로 올라갈 곳의 경사를 보며 뜨악하면서 꾸준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우리는 캉야체가 보이는 호수에 도착했다.
가이드 갤포 말대로 호수라기보다는 큰 연못에 가깝긴 했다. 맑고 투명한 호수는 아니었지만 캉야체가 비치는 모습은 장엄하게 아름다웠다. 넷째 날 점심식사는 이곳에서 하였는데 4일째 반복된 메뉴에 입맛이 없었다. 배는 고팠지만 손은 잘 안 갔다. 아직 덜 배고팠나 보다.
설산과 눈높이를 맞추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햇볕은 더욱 뜨겁고 공기는 차갑다. 그리고 건조함은 점점 더 심해진다. 하지만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설산과 삭막하게 메마른 산맥 줄기가 경이롭다. 어제까지는 산 중간에서 위쪽을 올려보며 트레킹을 했는데 절벽 산맥들과 눈높이가 어느 정도 비슷해지자 웅장함을 바로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는 말들과 야크들을 보면서 힐링했다. 숨이 가빠 한 발자국 걷기도 어려운데 이들은 이 높은 곳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하다니 새삼 부러움까지 느꼈다. 그러면서 왼편에 있는 6,400m급의 캉야체 1, 2를 보면서 엉금엉금 니말링을 향해 걸어갔다.
오렌지빛 텐트촌, 니말링 도착
마침내 저 멀리 오렌지색 텐트촌이 보였다. 우리의 마지막 숙박지 니말링이다.
니말링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3-4시 정도였다.
모든 트레커가 텐트에서 야영하지만 간이로 만들어놓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공유한다. 우리 포터 무릎은 야영할 자리를 맡아두기 위해 일찌감치 먼저 도착해 있었다. 혹시라도 빈자리가 없을까 봐 먼저 가서 맡아둔 것 같다.
우리의 텐트 번호는 9번, 노란색이었다. 텐트에 들어갔을 때는 햇볕을 하루 종일 받은 상태라 텐트 안의 내부 공기가 매우 뜨거웠다. 바깥은 공기가 꽤 차가운 상태여서 나는 텐트 안에 있는 것이 더 좋았다. 반팔을 입으니 온도가 알맞았다. 텐트 공간은 2명이서 눕고 자투리 공간에 가방 2개를 넣으면 딱 좋은 정도의 사이즈다.
우리는 출출한 나머지 어제 먹었던 메기 라면을 주문하였다.
너무 짜서 물을 조금 섞긴 했지만, MSG의 짠맛이 반가웠다. 점심에 먹지 않았던 계란과 감자를 넣어 국물까지 싹 비웠다. 진짜 맛있었다.
남편은 주변이랑 일몰사진을 찍는다고 밖에 나갔고 나는 세수를 한 다음에 침낭 속 애벌레가 되어 낮잠을 좀 잤다. 2시간 정도 잔 거 같은데 여전히 텐트 안은 밝았다.
갑자기 밖에서 냄비를 막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이 저녁식사시간임을 알려주는 듯하였다. 가이드 갤포가 이내와서는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저녁식사 메뉴는 쌀밥, 달, 그리고 감자 파프리카 볶음인데 이 볶음이 진심 맛있었다. 한국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감자볶음과 맛이 비슷해 정겨웠다.
휴.. 드디어 내일이면 이 트레킹도 끝이 난다.
벌써부터 아쉽고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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