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ON
거울을 보며 인사말을 연습해 본다.
“안녕하세요. 충청남도교육청 과학교육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재미난 과학 이야기를 나눠 볼 과학 해설사 이혜리입니다. 반갑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해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는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 오전은 유난히 조용하다. 방문할 학교 일정도 없고, 잔잔히 내리는 빗소리 때문인지 과학관을 찾는 발걸음도 뜸하다.
아이가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몇 년 동안 매일같이 해왔던 유치원 라이딩도 끝이 났다.
이제는 좋아하는 존 메이어의 음악을 크게 틀고, 비 내리는 출근길을 홀로 여유롭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푸르름을 한껏 뽐내고 있는 나무들의 생기 가득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오늘. 모든 게 다 좋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 아끼는 공간, 생명지구환경관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관람객들로 분주해 긴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체험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지구온’.
나는 한동안 말을 멈추고 그 앞에 서서 지구의 자전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푸른 바다, 하얀 구름, 초록빛 육지가 어우러진 그 작은 구형의 풍경은 마치 유리구슬처럼 빛난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조용한 배경 음악처럼 깔리며, 눈앞의 지구는 더 또렷하게 마음속에 들어온다.
달 탐사선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처음 지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던 순간,
그들은 그 빛나는 행성을 ‘블루 마블(Blue Marble)’이라 불렀다.
그 명칭은 단순히 색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광활한 우주 속에서 지구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지구의 밤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도시의 불빛들이 어둠 속에 반짝이며 마치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고요하고 찬란하다.
텅 빈 전시관, 들려오는 빗소리, 그리고 묵묵히 자전하는 지구.
그 앞에서 나는 문득 생각한다.
과학은 어쩌면 질문이 아니라 감탄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이렇게도 아름답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다시 과학이 좋아진다.
이 감탄을, 이 경이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가 왜 과학 해설사가 되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긴다.
바로 이런 순간들을 누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