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막, 과학해설사로의 도전

조금 특별한 오후

by 이혜리










비가 오려는지, 아파트 놀이터엔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감돌았다.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에도 송골송골 이슬이 맺혔다.
왜 그렇게도 갈증이 나는지, 나는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이럴 때는 빨대조차 거추장스럽다.

“엄마! 엄마!”

아빠와 함께 미끄럼틀에 오르며, 딸이 팔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나는 곧장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조심해. 앞 잘 보고!”

아이를 향한 내 입가엔 웃음이 번졌지만, 나의 온갖 신경은 여전히 핸드폰에 머물러 있었다.




시험 최종 결과 발표까지 10분.
아이를 재우고 밤을 새워 공부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커피 한 잔으로 버티던 날들.
예상 질문과 대답을 빽빽하게 적어 외우고, 남편 앞에서 모의 면접을 연습하던 장면.
살 떨리게 긴장됐던 면접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오늘, 결과 한 줄로 결정된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된다. 나는 된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엄마, 나 내려간다! 봐줘야 해!”

어느새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선 아이가 웃으며 외쳤다.

“응! 타 봐! 엄마가 보고 있어!”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혜리 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됐다...”

어느새 미끄럼틀을 내려온 아이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엄마, 나 혼자 미끄럼틀 내려왔어!”

“우리 리겸이도 최고야. 오늘은 엄마도 최고!”

어느새 선선해진 바람 때문일까, 갈증이 싹 가신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