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글은, 내 이력서의 다른 이름이다

장애인 A&R 지망생의 취업 준비 에세이

by 강성민

“너는 뭘 하고 싶니?”

이 질문을 들으면 나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대답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건 분명한데, 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먼저 따라오곤 하기 때문이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그리고 A&R을 꿈꾸는 사람이다.

지금은 대학생이고, 곧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종종, 내 존재의 앞에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먼저 가져다 놓는다.

마치 그것이 나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름표인 것처럼.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분명한 언어가 있다는 것을.

그 언어는 ‘음악’이다.

그리고 내가 그 음악을 어떻게 사랑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아이돌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그냥 ‘재미와 덕질’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곡을 듣다 보면, 그 안에 있는 기획의 흔적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왜 이 제목이지? 왜 이 장르인가?

지금 이 팀이, 이 계절에, 이런 감정선을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곧 분석이 되었고, 분석은 곧 글이 되었다.

곡을 듣고 내가 직접 해석해보고, 앨범 전체를 기획서처럼 바라보며 감상을 정리해왔다.

자연스럽게 A&R이라는 직무에 가까워졌다.

단순히 ‘곡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 팀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음악을 가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의 감각보다,

내가 휠체어를 탄다는 사실을 먼저 본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장 경험에서 배제되기도 하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타인이 정해주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해왔다.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에세이를 쓰고, 기획안을 만들고, 음악 리뷰를 올리며

나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내가 앨범 한 장을 통째로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나에게 단순한 게시판이 아니다.

내 가능성을 먼저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나는 단순한 팬의 입장이 아니라,

한 명의 기획자로서 음악을 바라본다.

앨범 속 기획 의도, 트렌드 변화, 서사 구성 방식까지

모든 요소를 분석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또한 나는 이 공간에서

장애를 가진 청년으로서의 삶도 이야기할 것이다.

대중문화 안에서 내가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생존해왔는지를,

그리고 ‘비장애 중심’으로 설계된 업계 안에서도 내가 어떤 감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말할 것이다.


내 글은 감상이자, 리포트다.

내 문장은 기록이자, 포트폴리오다.

내 이야기는 소망이자, 선언이다.


누군가는 현장 경험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지금도 계속 나만의 방식으로 실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음악을 듣고 분석하고, 앨범을 기획하는 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고,

경험이 없으면 글로라도 먼저 증명하려 한다.

이 글들도 결국, 내 직무 감각의 연장선이다.

내가 쓰는 모든 문장은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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