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경련 기록

40개월까지 7번의 열경련 중 첫 번째 열경련의 기록

by 맘앤모어

돌 지나고 1~2주 뒤부터 시작된 감기가 1달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 중간에 어린이집 등원을 새로 시작했다가 감기가 심해져서 대략 2주 동안 집에서 쉬고 다시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쉬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잘 적응해서 일주일도 안 돼서 4시 하원을 하게 됐다. 그 와중에 감기 증상도 거의 없어질 정도로 호전 됐고 어린이집에 완벽히 적응하여 등원할 때 인사도 안 하고 들어갈 정도로 좋아했다.

감기를 앓는 동안 열이 한번 난적이 있는데 그때가 일본뇌염과 A형 간염백신 맞는 예정일이었다. 열이 나서 접종은 못하고 병원 간호사와 의사의 걱정과 염려 덕분인지 다음날 컨디션 회복했다. 그 뒤로 어린이집에서 너무 잘 놀고 기운이 넘쳐서 몸은 힘들었지만 장난기 많고 항상 웃는 지아 때문에 행복한 하루하루였다.

4/15 토요일 오전 11시 반, 감기증상이 거의 없어져서 접종 못한 백신을 맞았다. 여태 접종열 한번 없던 아기가 그날따라 기운이 없고 낮잠을 많이 잤다. 저녁쯤 되니 콧물이 다시 나기 시작한다. 어린이집 다니면 감기는 떨어질 수 없는 무한굴레라더니.. 생각했다. 유난히 코가 심하게 막혀 코에 식염수 뿌리고 노시부로 코를 빼는데 아무것도 나오는 것 없이 양쪽코에서 바람만 나왔다. 새벽에도 코가 막혀 계속 뒤척이고 쪽쪽이도 제대로 못 빨고 낑낑대길래 안쓰러워 자다 말고도 코 빼주고, 저녁도 못 먹고 일찍 잠들어서 배고플까 봐 우유도 먹이고, 코 막히면 눕는 거보다 앉아있는 게 나으니 잠시 세워 안아서 재웠다. 조금 잠이 든 거 같길래 다시 뉘이고 나도 그 옆에 누웠다.

코 막혀 낑낑대는 소리가 줄고, 원래 잘 때 좋아하는 엎드리는 자세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아 왼쪽팔이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팔이 불편한가, 쥐가 났나, 아직 안 자고 장난을 치나 싶어서 얼굴을 들여다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눈은 뜨고 있는데 아무 곳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너무 놀라 아이를 안아 들고 남편을 깨웠다. 여보 지아가 이상해. 자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지아를 안아 올렸는데 온몸은 힘없이 축 쳐지고 팔과 손은 일정한 간격으로 지아의 의지가 아닌 채로 움직이고 지아의 눈은 뜨여있었지만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지아를 불러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입에서는 침이 조금 흘렀고 거품 같은 것도 조금 나왔다. 그때는 이게 의식이 없는 건지도 몰랐다.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4/16 일요일 오전 2시 51분. 정신이 없었다. 우선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지아 상태를 이야기했다. 전화받은 상담원이 나한테 진정하랬는데 상담원도 진정을 못한 것 같았다. 구급차를 보내준다고 했고 남편과 번갈아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눈물이 나진 않았고 그냥 정신이 없었고 팔을 떨고 있는 지아가 너무 걱정돼서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충 꺼내져 있는 옷 입고 맨발에 슬리퍼로 뛰쳐나갔는데 그 와중에 마스크는 챙겼다. 마스크 안 챙겨서 병원 안 들어 보내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그 찰나에 들었기 때문이다.

4/16 일요일 오전 2시 56분. 남편은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지아를 안고 뛰어 내려갔다. 1층에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 빨간불만 번쩍이는 구급차가 와있었고 정신없이 뛰어갔다. 보호자 1인만 탑승 가능하대서 내가 탔다. 남편은 길거리에 남았다. 나중에 들었는데 택시가 안 잡혔단다. 길거리에 다니는 택시 잡다가 카카오 택시를 잡다가 이러다 저러다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로 가면 되냐고 나한테 전화를 했다고 했다. 나도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제야 구급대원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나요. 나는 서울대 병원 소아응급실로 향하고 있었다.

구급대원은 지아에게 산소줄을 코에 끼웠고 나한테 지아를 안고 누우라고 했다. 근데 못 누웠다 모르겠다 불편했다. 지아는 왼쪽 다리와 턱까지 팔과 함께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경련이 진정되는 것 같더니 이제 오른팔과 다리도 움직인다. 그때 왼쪽도 동시에 그랬는지 미세하게 그랬는지 전혀 그러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구급대원은 그런 지아를 영상으로 찍었다. 나는 그럴 정신이 없었는데 나중에 의사들이 그 당시를 찍은 영상이 있냐고 두 번 세 번 정도 물어본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못 찍고 구급대원은 찍었다고만 대답했다. 의사는 실제 경련하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나는 앞으로도 지아가 또 경련을 해도 영상은 못 찍을 것 같다. 아기가 그러는데 차분히 영상 찍는다는 게 상상이 안된다. 그리고 의사가 했던 얘기 중에 한쪽만 경련이 있는 건 문제가 있는데 양쪽 다 그런 거면 그나마 괜찮은 거라고 했었다.

집에서 서울대 병원까지는 차로 보통 30분 정도 걸리는데 그때 시간이 새벽 3시 즈음이었고 구급차를 타고 갔으니 대략 15-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3시 조금 넘어서 도착한 거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나왔는데 왜 연락하고 오지 않았냐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지아 상태를 보고 몇 가지를 묻더니 빨리 내려서 들어오라고 했다. 지아를 안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지아를 침대에 눕히니 간호사 여럿이 와서 지아에게 뭔가를 붙이고 바늘을 찌르고 피도 뽑고 뭔갈 했다. 지아는 지금 내 손바닥으로 다섯 뼘 정도 되는데 의사 간호사 4-5명이 지아를 에워싸고 무슨 약이 얼마나 들었다느니 뭐가 어떻다느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아에게 뭔갈 막 하는 걸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고 정신이 들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몸과 얼굴이 주체가 안되게 눈물이 쏟아졌는데 너무 무섭고 지아가 걱정되고 온 세상이 다 멈춘 것 같았다. 구급대원은 한동안 내 옆에 서있었고 지아가 조금 진정이 된 후에 돌아갔다 (지금 생각났는데 머리 쪽 엑스레이랑 심전도검사도 했다)

약이 들어가고도 조금 지나서야 지아의 경련은 멈췄고, 그 사이에 코가 많아서 숨쉬기 힘들어하는 거 같다며 엄청 기다란 빨간색 무언가를 지아 코로 전부 넣어 코를 뺏는데 그것도 무서웠다. 지아가 코가 엄청 많다고 했다. 내가 코를 한번 더 빼줬어야 했나, 코가 막혔으니 그냥 밤새 안아서 재울걸 그랬나, 코가 막혔는데 쪽쪽이를 괜히 줬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아가 진정됐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고 다들 나가고 나와 지아 둘만 응급실 침대방에 남았다. 경련이 멈추기 위해 잠이 드는 진정제 같은걸 주사로 놓는다고 했는데 그거 때문인지 지아가 정신이 없어 보였고 손에 꼽아놓은 주삿바늘을 자꾸만 빼려고 해서 손등에 피가 흘렀다. 간호사에게 좀 봐달라고 해서 와서 봐줬는데 지아가 힘이 엄청 세다고 했다. 조금 있다 다른 간호사가 와서 소변검사를 한다고 기저귀를 벗겼는데 새 기저귀로 갈자고 하는데 나는 새로 갈아줄 기저귀가 없었다. 편의점에 파니 사 오라고 해서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기저귀를 사 오라고 했다.

응급실 침대에서 지아가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났다. 응급실 안에 있는 작은 입원실 같은 곳으로 지아를 옮겼다. 그때까지도 불러도 못 쳐다보고 애기가 좀 이상했는데 약기운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수액 맞는 주삿바늘이 꽂힌 손이 불편한지 손싸개를 입으로 뜯고 침대 난간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울었다. 바늘이 빠질 위험이 있어서 기저귀로 손을 감싸두었다. 기저귀도 뜯어먹었다. 너무 불편해했다. 미안했다. 미안해 근데 이걸 계속해야 한데.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지아한테 남편 목소리를 들려주니 잠들었다.

4/16 일요일 오전 5:30. 의사가 왔다. 이것저것 물어봐서 대답했다(지아의 요즘 건강상태, 발달 상태, 특별한 이슈, 태어날 때 주수/몸무게/자연분만 여부, 지아의 형제여부, 경련의 가족력 등). 지아의 경련 양상이 일반적인 열경련과 다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열로 생기는 경련은 눈이 돌아가고 입술이 파래지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보통 5분 이내로 경련이 멈추고, 열은 경련 전후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지아는 우선 눈이 돌아가지 않았고 뜨고 있었지만 멍하니 초점이 없었다. 입술이 파래지지 않았다. 열이 38도 미만이었다.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게 아니라 1초 정도의 일정한 간격으로 손과 발과 턱이 움직였다. 그리고 경련시간이 20분 넘게 지속됐다. 검사결과를 보고 신경과 선생님과 얘기해 보고 입원을 해서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보통 지아처럼 경련을 한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 수 있나요? 가장 최악의 경우는 뇌전증입니다. 우리 집에는 뇌전증 환자가 없다.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4/16 일요일 오전 8:00.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로 다행히 바로 입원이 가능했다. 병동 입원 담당자가 10시에 출근해서 그때야 입원처리가 가능하단다. 바로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금식을 하란다. 지아는 여태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지아는 계속 보챘다.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응급실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뽀로로 영상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배터리가 얼마 없었는데 엄마랑 남편에게 연락 못할까 봐 걱정되는 것보다 지아한테 뽀로로 영상 못 보여 줄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정신을 다른데 팔도록 하지 않으면 지아도 나도 너무 힘들어서.

4/16 일요일 오전 11:00. 병동에서 입원해도 된다고 해서 입원실로 지아를 옮겼다. 지아가 누워있던 침대를 그냥 옮기는데 잠들었던 지아가 깼다. 얼마나 놀랬을까. 지아가 입원한 병동은 지아처럼 경련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입원하는 곳이라고 했고, 내일 뇌파검사를 해보고 결과에 따라 모든 게 결정 난다고 했다. 병실에 지아 자리에 들어가니 지아가 울고 불고 나를 붙들고 난리가 났다.

4/16 일요일 오후 12:00. 점심식사가 나왔다. 지아 밥은 친정엄마가 집에서 이유식을 가져와서 먹이기로 했는데 엄마가 도착하기 전에 밥냄새를 맡더니 지아가 맘마 맘마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우선 맨밥이라도 조금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물과 맨밥을 조금씩 줬다. 얼마 못 먹고 토했다. 너무 갑자기 급하게 먹어서 그런가. 토한걸 대충 닦는데 빨리 밥 더 달라고 울었다. 또 줬다. 또 토했다. 또 달라고 했다. 나는 울면서 또 줬다. 지아 옷과 침대가 엉망인데 보호자 1인만 상주 가능해서 울고불고 정신이 없는 애를 이렇게 혼자 두고 간호사에게 말하러 갈 수도, 새 옷과 침대커버를 가지러 갈 수도, 가져왔어도 갈아 줄수도 없었다. 이렇게 배고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지아는 목도 많이 말랐는지 240미리 물병의 물을 끊임없이 마셨다. 양손에 주삿바늘 때문에 손이 불편해서 물병을 들지 못해 지아가 물병을 바닥에 두고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다. 안쓰러웠다. 간호사가 왔을 때 아기가 자꾸 토하는데 자꾸 먹으려고 한다고 했더니 자꾸 토하면 안 좋다고 다시 금식을 하란다. 애기가 너무 배고파해요. 그래도 토하는 건 안 좋으니 다시 금식해야 해요. 지아는 계속 맘마맘마 소리를 질러서 밥은 지아가 못 보게 침대 밑으로 치웠다. 남편이 잠시 들어와 침대시트와 옷을 갈아입혔다.

지아 먹을 거랑 이것저것 챙겨서 친정엄마가 오셨다. 저녁때쯤 돼서 지아 밥 먹여도 된다길래 과일 퓌레를 먹였다. 먹더니 잔다. 피곤한데 배가 고파서 잠이 들지도 못했던 걸까. 엄마가 오신 김에 남편과 집에 가서 씻고 대충 먹고 추가로 필요한 짐을 챙겨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피곤했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한 적은 몇 번 없지만 정말이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아픈 돌쟁이 아기와 입원을 한다는 것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오랫동안 병실생활 하는 아기들과 가족들은 오죽할까? 커튼사이로 보이는 침대에는 온갖 짐이 가득하다.

밤늦게 누군가 와서 지아가 내일 오전에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움직이면 안돼서 잠든 상태로 검사를 받아야 하니 잠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 약 복용에 대한 동의 사인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 약을 먹으면 몸에 다른 곳에는 영향이 없는지 얼마나 자는지 물어봤는데, 마취제로도 쓰이긴 하지만 아주 약하고 보통 진정제로 쓰이는 거라 다른 영향은 없을 거고 검사 시간 2-3시간 정도 잠들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검사를 할 수도 있으니 검사시간 정해질 때까지 금식해야 한다고 했다.

4/17 월요일 오전 9시. 주치의가 회진을 했다. 응급실 간호사 여럿, 응급실 의사, 병동 간호사가 물어봤던 것을 또 물어본다. 태어날 때 내용(주수, 체중, 자연분만여부, 다른 특이사항)과 최근 병력, 앓고 있는 질병, 경련 당시 상황… 주치의는 경련 시간이 꽤 오래 지속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경련이 한쪽만 있었으면 안 좋은 건데 양쪽에서 발생해서 그나마 바로 영상은 찍지 않고 뇌파검사만 우선 진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보고 영상을 찍어보자고 했다.

4/17 월요일 오전 9:30. 간호사가 잠드는 약을 주사기에 가져왔다. 지아는 그걸 먹더니 그냥 곧바로 잠들었다. 잠들어 축 쳐진 지아를 안고 다른 층에 있는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실에 누워서는 몇십 개는 돼 보이는 선들을 지아 머리에 붙이더니 30분 정도 걸리니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검사가 끝나고도 지아는 자고 있었고 병실로 돌아가려고 세워 안으니 검사받느라 엉망이 된 머리로 잠이 깨서 비몽사몽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지아를 보고 귀엽다며 웃었다.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4/17 월요일 오전 11:00. 검사를 마쳤지만 약기운이 빠지면 음식을 먹는 게 좋대서 아무것도 안 먹이고 뉘었더니 뽀로로 보다가 잠들었다. 주치의가 다시 와서 발달 상태를 물었다. 할 줄 아는 단어 개수, 잘 걷는지, 표현하는 것, 듣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가족력. 원래는 알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었는데 나는 어렸을 적 열경련을 한번 앓은 적이 있고, 남편은 뇌수막염과 열경련, 우리 외할아버지는 중풍을 앓으셨다. 이번에는 그것도 다 말했다.

4/17 월요일 오후 12:00. 담당교수가 회진했다. 원래 저녁에 회진 일정이 잡혀있던데 일찍 왔다. 지아는 자다 깨서 퓌레를 정신없이 먹고 있었는데 조금만 늦게 줘도 소리를 지르고 퓌레를 잡으려 일어나려고 해서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느라 교수 얼굴도 못 봤다. 무슨 대화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집에 가도 된다는 말밖에 기억이 안 난다. 다음에 또 경련이 있으면 저는 어떻게 해주면 되나요.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감사합니다. 그 교수가 한건 뇌파검사 결과를 판독하고 퇴원을 결정한 건데 그냥 감사했다.

4/17 월요일 오후 1:00. 그냥 퇴원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피검사를 해야 한다며 피를 뽑아 갔다. 지아가 안 자고 있었는데 너무 발버둥을 치고 울어서 겨우 피를 뽑았다. 교수님이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내일 오전에는 퇴원할 수 있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4/17 월요일 3:15.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감기기운 있는 거 때문에 염증수치가 조금 있긴 한데 항생제 먹을 정도도 아닌 수준이라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다. 오늘 해도 되냐고 물으니 해도 된다고 해서 오늘 당장 퇴원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남편이 차키를 나에게 주고 가서 바로 집에 갈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짐을 쌌다.

4/17 월요일 오후 4:40. 일사천리로 퇴원수속을 마치고 정산하러 내려갔다. 혈관종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몇 개월에 한 번씩 오긴 했지만 이렇게 오게 될 줄이야.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병원을 나가는데 마치 몇 주는 있었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아가 괜찮다고 하니 그간 있었던 일이 다 꿈같았다. 집에 가는 길이 퇴근시간과 약간 겹쳐 평소보다 차가 막혔지만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4/17 월요일 새벽 4:00. 병원에서 돌아와서 다들 고생했다는 의미로 삼계탕을 시켜서 먹고 피곤해하는 지아를 재웠다. 혹시 모르니 오늘 저녁에도 잘 지켜보자. 그 뒤로 기억이 없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였고 지아를 확인하니 열이 있었다 37.5도. 열패치를 붙이려고 하니 계속 거부해서 그냥 바지를 벗기고 손수건을 미온수에 적셔 닦아줬다. 몸은 뜨거운 기가 사라졌는데 이마는 계속 열이 남아있었다. 젖은 손수건을 이마에 얹어두고 손으로 부채질하며 계속 체온을 쟀다. 37.5도 이상이 되는 순간 먹이려고 챔프 시럽도 옆에 준비해 뒀다. 다행히 열이 계속 내려갔다.

4/18 화요일. 며칠간 못 먹고 많이 울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낯선 곳에 있느라 힘들었는지, 지아는 힘이 없었다. 원래 그럴 아이가 아닌데 앉혀놓으면 그대로, 뉘어놔도 그대로, 표정도 없고, 계속 자려고 했다. 막상 밤잠 재우려고 하는데 지아가 가만히 누워서 눈만 껌뻑껌뻑 거리면서 잠이 들지 않았다. 이따금 몸이 울컥울컥 움직이는 거 같기도 했다. 혹시 내가 잠들어 지아 경련을 못 알아챌까 싶어 지아를 안아서 재우기로 했다. 근데 어느 순간 양다리를 몇 번 움직이길래 놀라서 지아야! 지아야! 괜찮아? 하고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지아 얼굴을 확인했는데 내 목소리에 더 놀랬는지 지아가 울먹거렸다. 미안. 엄마가 놀라서 그랬어.. 지아는 그 날밤 한동안 잠들지 못했고 나도 그랬다. 그래도 다행히 경련은 없었다.

4/19 수요일. 외할머니가 만든 이유식 먹고 간식도 먹고 낮잠도 자는 일상패턴으로 돌아오니 지아도 점점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언제나 웃는 지아가 조금 돌아왔다. 너무 기쁘다. 그래도 여전히 맘카페에서 열경련을 검색한다.

지아는 분리수면을 한다. 같은 방이지만 다른 침대를 쓴다. 내가 어쩜 그날 밤 그 순간에 지아 옆에 있었을까. 소리도 안 내고 경련을 하던 지아 옆에 그 순간 내 팔이 지아의 팔과 맞닿아 있어서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이후로 나는 새벽에 항상 3-4번은 깨서 지아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