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숲

‘루’도반의 시

by 도반

숲의 설명을 들으며

숲그늘을 걷는다

여름 낮나절에도 서늘한

곶자왈의 숲 한가운데


두 생태계가 뒤섞인

한 섬의 허파

숨을 들이키며

숲을 삼킨다


잠시

숲의 굴 같은 곳

주저 없이 기어들어가

몸을 동글게 웅크리고

내가 숲이었으면 하는 환상 속

나는 홀로 숲에 녹아든다


숲과 맞닿은 깍지 손

어느새 너와 나의 손으로

기억이 스미면


그래,

언젠가

너와 내가 뒤섞여

하나인 채로

서로를 삼킨 적 있었다


모두 환상인가

숲의 바람결처럼

나를 쓸고 가던 네가

나와 하던 모든 것은 꿈결이었나


저기 돌무덤 위 착생하는 식물처럼

네게 한 몸처럼 붙어있고 싶던

내 마음뿐이었나


숲의 환상 속에 파묻혀 길을 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팔자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