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로 돌아가는 시간

by 코니

새벽 4시 30분. 몇 시간 잠을 자지 않았는데 벌써 일어날 시간이다. 공부방을 시작하고 거의 일 년 만의 여행이다. 혼자 모든 것을 챙기고, 가르쳐야 하기에 그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사실 시간이 나지 않은 것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오랜만에 친구와 시간을 맞췄다.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한적한 시골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곳 중에 마음에 드는 숙소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나는 깨끗한 숙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친구는 숙소를 그리 개의치 않는다. 숙소는 내가 정하는 편이고, 친구는 교통을 책임진다. 누군가가 묻는다. ‘베프’ 아니냐고. 마음 맞는 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 않은데 아직 그런 친구가 있냐고. 이 친구와 알고 지낸지는 20년이 되어간다. 같은 회사 동료였는데 가치관이 잘 맞아서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여행 친구이기도 하고, 그도 그럴것이 여행 다니며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친구는 워낙 여행에 진심이라 같이 다니면 편하다. 아마 아프리카 빼놓고 모든 대륙을 다 다녔을 것이다. 나도 공부방이 자리를 잡아 학원으로 확장되고 안정화가 되면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다. 이건 나중에 계획할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우리는 태백을 여행지로 결정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태백산이 궁금했다. 태백이란 곳은 전에 탄광촌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랜만에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탔다. 느리게 슬금슬금 달리는 기차가 바깥 풍경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친구와 그간 못다 한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얼마 전 남미 여행에서 돌아왔다. 친구의 남미 여행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이어서 나의 일 년간의 생활을 얘기했다. 공부방을 시작하며 9 to 9으로 때로는 그 이상을 일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단순한 나의 삶을 나누었다.


이런저런 바쁜 일상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늘 그렇듯 인생 전반적인 영역을 한번 건드려 주는 식의 대화다. 여행 가서 무엇을 할지는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는 1박 2일 태백 여행에서 가야 할 두 곳을 미리 결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검룡소와 구문소, 모두 지인들이 갔다가 좋았다고 해서 정하게 되었다. 갈 곳을 정한 뒤 교통편을 찾아 움직이는 데도 크게 불편을 토로하지 않는 편이다. 1시간 걸을 일이 생겨면 우린 그냥 걷는다. “까짓것 여행이 별거니“. ”맞아 맞아“ 하면서 걷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활짤 웃었다. 땡볕인데도 끝없이 이어지는 시골길을 걸으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걷기 위해 여행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마다 ‘포레스트 검프‘,가 멋진 영화란 생각이 자주 스친다. 말이나 다를까 뚜벅이 여행을 다니는 우리는 이번에도 한 시간을 걷게 되었다. 교통이 닫는 곳까지만 가고 나머지는 걷는다.


검룡소, 첫 여행지로 가게 된 곳이다. 검은 용이 하얀 물을 내뿜는 듯 지하수가 샘솟는 곳이란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시간을 걷는 동안 별생각을 다한다. 산에서 짐승이 내려오면 어쩌지. 드문드문 농장 같은 곳에 사는 개들의 하울링 소리에 개 끈 이 풀어져 있는 개가 있으면 어쩌지. 이런저런 긴장 속에 걷는다. 여행 경험이 많은 친구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어든다. 동물들은 막대기만 들고 있어도 슬슬 알아서 피한다고 한다. 30분쯤 걸었을까. 도로변으로 걸었는데 그곳엔 가끔 지나가는 차뿐이었다. 사람은 오로지 우리 둘뿐. 나는 배가 고파왔다. 30도가 넘는 열기 속에 아스팔트를 걷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힘들었다.


40~50분을 걷다가 민박 한 곳 발견했다. 그곳에서 식당도 함께 하길 바랐으나 그곳은 단지 민박만 되는 곳이었다. 그 민박집 주인내는 창고 같은 곳에서 꽁치를 구우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밥을 파는지 물었다. 그분들은 당황한 얼굴 표정으로 여긴 민박만 된다고 딱 잘랐다. 그래도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밥값을 넉넉히 지불할 테니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분들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밥상을 한 상 거하게 차려주었다. “차린 건 없지만 그냥 드세요.” 그 집에서 재배한 배추와 쌈장, 김치와 꽁치 한 마리. 최고의 밥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너무 고마워서 식사값을 지불하겠다고 하니 거절을 하였다. 그래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 후 카톡 선물을 보내드렸다. 너무 훈훈한 경험이었고 이번 여행 또한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세상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다. 착하고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들. 여행의 재미 중 하나가 사람 만나는 건데 이번에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너무 고마워서 이분들과 사진을 찍고 온라인으로 민박집을 홍보해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주인 할머님, 할아버님이 ‘치즈’하시며 활짝 웃으셨다. 감사함을 뒤로하고 태백 탄광촌이었던 곳으로 가서 주변을 돌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장대비가 내렸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갑자기 내리는 폭우. 비만 겨우 피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데, 불빛이 반사된 인도와 빗방울의 번짐이 꼭 고흐의 작품 ‘Cafe Terrace’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 재즈 노래를 들으며 우린 또 인생이란 이러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엔 황지연못과 구문소를 들렀다. 오래전 바다였던 태백 지역에 자연스럽게 지하수가 생기고 동굴이 생겼는데 그 깊이는 가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만큼이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 아쉬웠지만 자투리 시간을 내어 다녀와서인지 큰 힐링이 되었다. 나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 내 존재가 온전히 느껴지는 순수한 그 시간. 나는 여행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