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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낙하

“누군가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된다.”

by 천휘영

[CONTINUITY NOTE – 고래낙하]


'고래낙하'라는 말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한 대로 간략히 설명하자면, 대형 고래는 살아가며 무려 2만 9천 톤에 달하는 탄소를 몸 안에 저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생을 마친 고래가 자연사하면, 심해로 가라앉는 동안 그 몸은 수많은 해양 생물들의 양분이 되고, 탄소를 깊은 바다에 저장한다.

지구에게는 마치 급속 에너지 충전기 같은 역할.

한 마리 고래의 죽음이 인류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이 단어를 접하자마자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왜 사는 걸까?

나에게는 하나의 신념이 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그 신념은 내 안에서 너무 뚜렷해져, 이제는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았다.


나는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인정받고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안고 산다.

때로는 이 성향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되지만, 분명 나 자신에게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공부를 할 때도 내 지식을 채우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먼저다.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지 못하면, 잘못된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란 결국 어려운 전문용어로 벽을 쌓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은 신념이지만, 그 책임감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나는 언젠가,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겸손하면서도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낙하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에게서 작은 빛이라도 받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이렇게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건 고래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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