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2022년 나는 산부인과를 찾았었다.
계속되는 생리불순으로 1년 넘게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 백신인 화이자를 2차로 처음 맞고 나서부터 항상 정확했던 나의 생리주기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생리를 안 하는 달도 생기기 시작했고, 두세 달 거르기도 했다. 원래도 많지 않던 생리양이 확 줄어서 걱정이 많았다.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스트레스가 커져서 결국은 병원을 찾았었다.
집 근처 조그만 산부인과. 여의사는 호르몬수치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일주일 후 결과가 나왔고 의사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호르몬수치 결과를 보면 조기폐경이 의심되는데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의뢰서를 써준다고 했다. 여성 호르몬 수치는 많이 낮았으며 영락없는 폐경이었다. 그저 생리불순이겠거니, 왜 갑자기 불규칙해졌지?라는 생각만 했지 조기폐경을 의심이나 했을까..
남편과 함께 의사가 추천해 준 근교의 큰 여성 병원을 찾았다. 어느 의사가 유명한지 찾아볼 여유도 없이,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한 의사에게 진료 예약을 했다. 의사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선생님이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호르몬 수치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었다. 의사는 그 결과지를 대충 보더니 기분 나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다시 검사할 필요도 없이 조기폐경이에요. 그리고 코로나 백신 때문이 아니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지! 온 김에 골반 골밀도 검사나 하고 가세요. 이제는 뼈 골밀도가 중요하니까"
그렇게 그 의사의 최종 판단으로 인해 나는 그날부터 여자가 아닌 사람이 되었고 참으로 우울했었다. 40대 초반인 나에게 내려진 조기폐경이라는 그 네 글자의 의미는 참으로 무거웠다. 남편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고 나는 그날부터 더 여성스럽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피부관리, 탈모관리, 몸매관리에 더 신경 썼으며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조기폐경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폐경은 말 그대로 생리가 완전히 멈추는 증상인데, 그 이후로 나는 그래도 불규칙적으로 계속 생리를 해왔고, 한 두 달 많게는 세 달을 거르기도 했지만 연속적으로 하는 달도 있었다. 남편은 폐경이 아닌 것 같다며 계속 말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 남자 의사의 진단이 내게는 사망선고처럼 너무 세게 박혀 버렸다. 나는 그날 이후로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사자성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환자에게 그렇게 밖에 말 못 하는 그 의사를 나는 지금도 저주한다.
얼마 전 피트니스 대회가 끝나고 그동안 미뤄왔던 검사들을 하나하나씩 진행했다. 위내시경, 유방검사, 그리고 자궁암, 자궁경부암 검사까지. 그러면서 우리 두 아들을 출산한 산부인과를 찾았었고 진료를 받다가 우연히 조기폐경 진단을 받은 사실을 내 담당의에게 털어놓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생리를 안 해요?"
드문드문 불규칙적으로 해서 그렇지 안하진 않는다. 두 달 전이니까 8월 이후 2개월 동안 피가 비치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폐경은 말 그대로 생리가 멈추는 일인데 불규칙적이게 생리를 하는 건 폐경이라 보지 않는다며 자연스러운 여성의 노화 증상이라고 생각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해 보고 싶으면 다시 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 기준에선 검사가 전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궁금하면 검사를 해 보라고 하셨다. 궁금한 건 못 참는 내 성격에 다시 한번 호르몬 수치를 확인받고 싶었다.
일주일 후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셨다. "여성 호르몬 수치 완전 정상입니다"
왜 다시금 검사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3년 전 진단받은 결과라고 했을 때 내 담당의는 "그건 그때의 몸과 상태이고!!" 라며 결과는 바뀔 수 있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너무나 당연하듯 나의 걱정을 날려버리셨다.
이제 나는 다시 여자이다.
물론 나는 계속 여자이고 여자였지만 이 결과가 내게 주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생리를 안 한다고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나, 조기폐경이라는 그 단어가 내게 선사한 여자로서의 의미는 너무나 절실하고 소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피검사를 다시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에 반가운 생리가 터졌다.
나는 아직 폐경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