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블로그 하시면 좋으십니까.뭐가 중헌디.
[에세이] 그리지 않았다, 나는 만들었다
사진만 찍던 놈이 별일이다.
요즘은 카메라 셔터 대신 프롬프트를 치고, 뷰파인더 대신 태블릿 화면을 째려보며 웹툰을 만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린' 게 아니라 '만든' 거다.
이 한 끗 차이가 내게는 꽤나 중요하다.
얼마 전 아산에서 지인이 추천해 준 갈비집에 갔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153 갈비마을'. 처음엔 그저 늘 하던 대로 기록용 사진이나 몇 장 남길 생각이었다.
넓은 테이블, 적당한 소음, 그리고 무엇보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매운 소갈비찜의 부드러움. 그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문득 욕심이 났다.
'이 맛과 분위기, 사진 한 장으로 다 설명이 될까?'
사진가는 순간을 멈추게 하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그 순간의 앞과 뒤를 다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멈추지 않고 웹툰으로 '만들어' 보았다.
사실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캐릭터의 선 하나, 배경의 채색 하나 내 손으로 직접 한 건 없다.
AI가 컷을 잡고 캐릭터를 그려냈다.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흐름을 설계한 것뿐이다. 어디서 시선이 머물러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숟가락을 들어야 하는지, 어떤 표정으로 배를 두드리며 문을 나서야 하는지. 그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을 배치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조잡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정통 만화가가 보면 헛웃음을 칠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 결과물이 지금 내 눈앞에, 그리고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진 한 장으로 박제되던 나의 하루가 이제는 글이 되고, 칸과 칸 사이를 흐르는 웹툰이 된다.
잘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림도 못 그리는데 무슨 웹툰이야'라며 뒷걸음질 쳤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뭐가 중헌디."
곡성의 대사처럼 자문해 본다. 정교한 필치보다, 완벽한 데생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야기를 하려는 의지' 그 자체가 아닐까.
카메라를 든 관찰자에서 이야기를 짓는 창작자로 넘어가는 이 낯설고 투박한 과정이, 나는 꽤나 즐겁다.
오늘도 나는 그리지 않고, 만든다.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중하니까.
AI로 블로그 하시면 좋으십니까.
뭐가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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