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다. 정신 병원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의 차이는 종이 앞 뒷장 차이라던가??
다른 사람이라면 굳센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삼 년째 병원에 다니며 매일 아침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럴 땐 나를 쉬게 해 준다. 괴롭히지 않는다. 나의 몸과 뇌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마냥… 마음껏… 실컷!
하지만 그런 나날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무서운 것이 나를 감싼다.
그것은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살. 그것은 바로 살이 찌는 거다. 옆으로 점점 커지는 내 몸뚱이다.
타고나길 호리호리한 얇은 체형도 아니요. 찐득한 초콜릿케이크를 죽기 직전에 입에 넣고 죽음을 맞이할 거라 말하고 다닐 만큼 단 걸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맛은 포화지방 맛인... 난 뚱뚱이 식성의 소유자다.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끼니를 함께 먹으면 될 것을… 굳이 안 먹고 다른 나쁜 음식들을 아이들 몰래 내 몸에 넣으며 나를 조금씩 망가뜨린다.
뇌의 비정상 활동으로 폭식과 식욕부진을 번갈아가며 살아온 내 몸의 건강 체계는 이미 다 깨졌고, 턱 없이 부족한 근육과 구석구석 쌓인 피하지방들이 가득이다.
게다가 건강하게 적게 챙겨 먹더라도 집 밖은커녕 집 안에서도 도통 움직이질 않으니 살이 찐다. 쪄도 너무 찐다.
살이 찌니 악순환이다. 발목과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이 그 첫 번째요.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염증은 족저근막염과 골반염, 갑상선염에 덧붙여 자궁질환이 나타나는 게 두 번째요.
내가 좋아하는 샤랄라 꽃무늬 원피스와 봄빛 블라우스에 몸을 구겨 넣는 게 불가능해지고, 구겨 넣더라도 실망스러운 핏에 나를 또 놔버린다.
적당히 건강하게 살고 싶다. 정신도 몸도 큰 변화 없이 평온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실생활은 감은 눈 속, 묵직하고 둥근 것만 열심히 굴리며 멋들어진 계획만 잔뜩 부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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