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피와 꿀’
국내 관객 수 7792명. 13년 만에 평점 0점을 기록하며 ‘희대의 망작’이라는 오명을 썼던 영화가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의 신작 ‘곰돌이 푸: 피와 꿀 2’가 지난 5일 국내 개봉했다.
영화는 2023년 개봉한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후속작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A. A. 밀른의 원작 동화 ‘곰돌이 푸(Winnie the Pooh)’를 기반으로 한 슬래셔물이다. 개봉 당시 귀여운 캐릭터가 잔혹한 살인마로 변한다는 설정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혹독했다.
전작은 북미에서도 처참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최악의 영화 100선 중 96위에 오르며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덕에 제작비 대비 52배라는 수익을 올렸다. 결국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은 이를 발판으로 ‘트위스터드 차일드후드 유니버스(Twisted Childhood Universe)’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단일 영화로 끝날 예정이던 작품은 예상치 못한 수익에 힘입어 시리즈로 이어지게 됐다. “곰돌이 푸가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은 자극적이었고 그만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국내 개봉 당시 영화는 평점 0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CGV 골든에그 지수 역시 30%대까지 떨어지며 혹평이 이어졌다.
영화평론가 송경원은 “소재의 착취. 이 정도면 범죄의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리얼’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희대의 괴작’이라는 수식어 역시 따라붙었다.
이번 속편 ‘곰돌이 푸: 피와 꿀 2’는 전작의 결말 이후 이야기를 잇는다. 1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크리스토퍼 로빈(니콜라이 리언)은 자신을 쫓던 푸(크레이그 데이비드 도셋)로부터 도망쳐 탈출한다. 이후 그는 자신이 겪은 공포를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믿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푸와 친구들을 사냥하기 위해 숲으로 향하지만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하나둘씩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크리스토퍼 역시 점차 궁지에 몰리며 영화는 전편보다 훨씬 잔혹하고 강도 높은 연출로 치닫는다.
결말부에서는 이전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한다. 일부 장면에서는 후속작을 암시하는 듯한 장치가 등장하고 다른 동화 속 캐릭터들이 세계관 속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제작진은 이미 ‘곰돌이 푸: 피와 꿀 3’의 제작을 예고했다.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 재그드 엣지 프로덕션(Jagged Edge Productions)은 이번 시리즈를 시작으로 퍼블릭 도메인 캐릭터를 활용한 공포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피터팬: 네버랜드 나이트메어’, ‘밤비: 더 레코닝’, ‘피노키오: 언스트롱’, ‘정글북: 블러드라인’, ‘앨리스: 나이트메어랜드’, ‘깨어난 숲속의 공주’ 등이 같은 세계관 속 작품으로 개발 중이다.
이들이 만든 세계관은 일명 ‘푸니버스(Poohniverse)’로 불린다. ‘뒤틀린 어린 시절’이라는 뜻의 ‘트위스터드 차일드후드 유니버스’가 정식 명칭이다. 추억의 캐릭터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는 설정을 내세우며 전통적인 동화를 잔혹하게 비튼 세계관이다.
‘곰돌이 푸: 피와 꿀 2’는 그 연장선 위에서 제작됐다. 전작의 논란을 이어가면서도 연출의 완성도를 조금씩 보완했다는 평가가 있다. 여전히 거친 연기와 투박한 편집이 남아 있지만 전편보다는 볼거리 측면에서 개선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속편은 ‘망작의 귀환’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공포 영화의 본질은 결국 불쾌함과 공포의 경계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이다. 그 점에서 ‘곰돌이 푸: 피와 꿀 2’는 최소한의 역할은 해내고 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끔찍한 망작이었던 1편보다 여러모로 발전한 속편인데, 그렇다고 추천할 정도로 좋지는 않다. 슬래셔 영화의 팬이라면 생각보다 다양한 살육 장면들이 나름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졸작과 평작 사이 어딘가”, “곰돌이가 잔혹하게 살인하네. 너무 잔인해서 할 말이 없네”, “전작보다는 낫지만 괜히 봤다는 생각만 든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악평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 2’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