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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만명 홀렸다, 전국 홀린 100억 ‘한국영화'

영화 '터널'

by 이슈피커

오늘 다룰 영화는 '터널'이다. 2016년에 개봉했으며,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구조 과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작품이다. 소재원 작가의 2013년 소설 《터널》을 원작으로 했고, 재난·생존·드라마 장르를 아우른다. 이 작품은 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이 출연했고, 제작비 100억 원을 투입해 약 712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콘크리트 잔해 속, 터널에 갇힌 이정수


주인공 이정수(하정우)는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이다. 큰 계약 건을 성사시키고 들뜬 마음으로 딸의 생일 선물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그가 하도터널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터널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정수는 순식간에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 속에 홀로 갇혔다.

2.jpg 사진=쇼박스

붕괴된 터널 속에서 깨어난 정수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가 가진 것은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폰,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에게 주려던 생일 케이크뿐이었다. 신고를 받고 붕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끔찍한 사고 현장을 보며 경악했고, 도로는 온통 흙먼지로 뒤덮였다.


터널에 갇힌 채 두려움에 떨던 정수에게 가장 먼저 걸려 온 전화는 언론사 기자 전화였다. 기자는 구조 소식을 기대했던 정수에게 "심정이 어떠신가요"라는 어이없는 질문을 던진다. 정신없는 구조대마저도 생방송 중계를 하는 기자들, 현장까지 쫓아온 기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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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강원하도소방서 119구조대장 김대경(오달수)과 정수의 첫 통화가 이어진다. 김대경은 패닉에 빠진 정수를 다독이며 그의 안전을 확인했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물었다. 정수는 차량 위에 환풍구가 있으며, 붕괴 순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는 중요한 단서를 전했다. 설계도를 확인한 결과, 정수가 갇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드론을 투입해 내부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전파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아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대경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터널로 진입했다. 터널 내부를 살피던 김대경은 정수와 연락이 닿았고, 그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묻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곧 2차 붕괴가 발생해 정수와 김대경의 거리는 다시 멀어졌다.


구조 현장을 뒤덮은 무책임한 관심


김대경은 급히 터널을 빠져나온 뒤 정수에게 연락했고, 다행히 정수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놀랍게도 2차 붕괴 덕분에 정수가 묻혀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게 됐다. 정수는 환풍기에 '3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김대경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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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자, 구조대는 정수가 묻힌 터널 위를 수직으로 뚫어 구하려는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설계도와 구체적인 위치를 알기에 가능한 작전이었지만, 가장 가까운 위치마저도 100m 이상을 굴착해야 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서는 제2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재차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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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국민안전처 장관 김영자(김해숙)는 "가족의 일처럼 잘 협의하겠다"는 추상적인 말만 남긴다. 그는 자신의 표심을 잡는 데만 애썼고, 사고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정수는 예정보다 더 긴 시간을 땅속에서 보내야 했기에 남은 식량을 쪼개가며 갇힌 생활에 적응해 갔다. 김대경의 말에 의지하며 버티는 정수, 그리고 밖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내 세현을 포함한 모두의 노력이 이어졌다.


17일간의 헛된 희망을 안긴 '설계도'


장장 17일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굴착 작업의 끝이 보였다. 정수의 탈출 소식을 담으려는 기자들과 기쁨에 찬 구조대원들이 모였고, 터널에 갇힌 정수도 설렘을 안고 기다렸다. 하지만 탈출에 성공해 등장해야 할 정수가 보이지 않자,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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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정수의 말대로 3번 환풍구의 위치를 굴착했지만, 그곳에는 정수가 없었다. 이는 완공된 터널이 설계도와 전혀 다르게 시공됐기 때문이다. 설계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에 희망찼던 17일의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절망적인 소식에 정수는 기대를 잃고 패닉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인생이 끝났음을 알리듯 핸드폰 수명까지 다 됐다. 그렇게 정수는 외부와 접촉이 끊기게 됐고, 그의 생사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7.jpg 사진=쇼박스

정수가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론의 태도는 변했고, 심지어 구조를 포기하라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그를 구하려는 이들은 점점 줄어만 갔다.


해피엔딩 뒤에 숨겨진 잔혹한 현실


영화 '터널'은 홀로 고립되어 두려움에 떠는 정수를 그리는 듯했지만, 사실 이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꼬집는 작품이었다. 자신들의 특종을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이용하려는 기자들과, 불행을 기회 삼아 형식적인 얼굴 비추기로 명성을 드높이려는 관련자들, 그리고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대중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과거 우리 사회의 슬픈 사고들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많은 생각을 주고 있다. 영화는 끝까지 정수를 포기하지 않은 김대경의 활약으로, 죽음 직전에 다 했던 정수를 무사히 구출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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