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나는 첫 여행을 떠났다.
비록 해외는 아니었지만, 처음 떠나는 여행의 시작점인 버스터미널에서 들이마신 공기조차 설레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름 계곡, 혼자 올랐던 지리산 노고단, 기차를 타고 무작정 방문한 부산까지…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여행자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여행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돈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에도 나는 국내 곳곳을 누볐다. 때로는 자취방 방바닥에 몸을 뉘인 채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며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된 뒤, 본격적으로 해외로 나설 수 있었다. 운 좋게 대학 생활 중 어학연수로 캐나다에서 잠시 생활한 것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해외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나에게 여행은 삶과도 같다. 몸이 아프다가도 비행기를 타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지곤 했고 낯선 곳의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설렘과 적당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요동쳤다.
여행이 좋아 대학에서 전공도 무역학을 했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해서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녔다.
사람들은 묻곤 한다. “왜 그렇게 여행을 좋아해요?”
사실, 이유가 없다. 누군가가 초콜릿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밤하늘을 좋아하듯, 나에게 여행은 본능에 가깝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세 가지쯤 떠오른다.
첫째, 여행은 새로움과의 만남이다.
낯선 풍경, 처음 듣는 언어, 이국의 냄새, 그 모든 것이 내 안의 고정관념을 벗겨낸다. 늘 반복되던 일상에서 빠져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서 있는 순간, 나는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둘째, 여행은 나 자신의 발견이다.
낯선 곳에 서면 의외의 내 모습과 마주친다. 소심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묻고, 잘 참는 성격이라 믿었던 내가 갑자기 울컥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동안 나는 늘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더 부드러워졌다.
셋째, 여행은 인간과 삶을 더 잘 알게 해 준다.
각 나라, 각 도시마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도쿄의 바쁜 출근길 사람들, 태국의 느긋한 미소들. 그들을 보며 나는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지만, 여행은 나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새로운 곳을 향해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세상은 조금 더 넓어지고,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떠날 것이다.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저 좋아서.
여행은 내 삶의 이유이자,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연습이니까.
이제 앞으로 나의 여행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