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_문화적 충격

by 슬로우

처음 밴쿠버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길가의 나무, 상점의 간판, 버스 정류장의 분위기까지…

20대 중반, 처음으로 해외에 나와 맞닥뜨린 세상은 그저 낯설고 설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설렘 뒤에 자리한 문화적 차이들이 내게 하나씩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1.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


내가 홈스테이 하던 집의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한국 같았으면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원과 수능 준비로 바쁘게 지낼 나이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오후 2시면 모든 수업이 끝나고, 이후 시간은 스포츠나 여가활동으로 채워졌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가족과 공원을 산책하며 보내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놀라운 건, 그럼에도 이 아이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나 빅토리아 대학교 같은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업에 치여 사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또한, 주말이면 공원과 해변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하고, 잔디 위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물론 그들의 삶에도 어려움과 고통이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캐나다인들의 삶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삶의 여유”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2. 공공 화장실의 화장지


두 번째 충격은 아주 소소했다.

지금이야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고 공공시설 수준이 높아졌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공공 화장실을 갈 때 화장지를 미리 챙기지 않으면 낭패 보기 일쑤였는데, 밴쿠버의 공원 화장실에는 깨끗이 관리된 화장지가 있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선진국이라는 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는 캐나다에서 작고 평범한 배려가 주는 편안함을 처음 느꼈다.


3. 생각보다 많은 노숙자들


세 번째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선진국 캐나다에는 노숙자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밴쿠버 거리 곳곳에서 노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 숫자에 놀랐지만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됐다. 캐나다에서 밴쿠버는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지역이라 캐나다 전역의 노숙자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밴쿠버로 모여든다는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선진국에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내가 상상하던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 외에도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들. 정형화된 틀에 따라 비슷한 모습으로 살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20년 이상 지난 일임에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이때의 기억이 꽤나 인상이 깊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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