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사과문과 감정의 화신
#나는 언제부터 이 사람을 미쳤다고 의심했나?
: 소명서 사건(이어서)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사실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냥 너무나! 피곤했을 뿐이다.
퇴사자에게 짧은 자필사과문을 받는 걸로 마무리되었는데, 아니(한국인의 서두) 그걸 받아서 뭐 할 거야
곱게 액자에 넣어서 '여기 이런 나쁜 X가 있었다'
하고 전사에 게시라도 할 건가?
[사과문을 받는 과정 요약]
미친 상사(미상): 여기 와서 사과하라고 해라.
팀원: 사정상 회사에 갈 수는 없다.
미상: 그럼 내용 증명을 보내겠다.(네?)
나: 아.. 그냥 둘이서 직접 얘기하지??
(매우 많은 부분 생략)
물론 실제로는 저렇게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도로 항의했지만
이럴 때 나오는 마법의 문장이 있었으니,
얍! '회사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네?)
나는 회사일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의한 건데,
뭐 내 설명이 부족했던 건 둘째치고
회사란 원래 그렇다는 건 또 뭔가.
아이돌도 아닌데 자필 사과문이라는 종이쪼가리
받아낸 게 조금이라도 '회사'스러운 결정이 되려면 역시 그걸 곱게 예쁜 액자에 넣어서..
아니 그건 아니고 이러한 일이 발생했고 추후 재발하지 않게 주의하자.라고 경건히 공지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없었고?
하지만 이 사건의 실익이 있긴 했는데, 그건 내가 그가 미쳤다는 것을.. 아니 좀 더 순화하자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철저히 본인이 이성적이라
믿는 감정의 화신이었다.
한 인간이 자기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만든 세계에 갇히면 어떻게 될까? 그 끝이 바로 미상이다
(혹은 계엄 선포일지도)
물론 사람이 감정적이고 기분에 따라 ㅈㄹ을 할 수는 있다.(거짓말이고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기는 철저히 이성적이라고 믿는다면? - 실제로 나는 미상에게 "회사에서 본인 감정을 신경 써달라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가"(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시점에서부터 모든 대화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성'을 주문하는데 자꾸 상대방은 '감정'을 주는 이 미친 핑퐁.
아니 저기요.. 그거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요.
그래서 대체 그는 왜 이럴까? 나의 의문에 지피티니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주었다.
뭐 그렇다고 한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아간다.
문제는 ‘정도’지. 미상은 정도를 몰랐고, 나는 그걸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결국 나는 무의미한 저항의 날갯짓을 했고? 그 끝은… 토네이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