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작은 스티커한 장의 위로

- 꽃잎을 붙이며 떠올린 나의 작은 정원

by 북돌이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이 어느새 메말라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휴대폰 속 알림은 쉴 틈 없이 울려대고,

도시의 풍경은 늘 회색빛 같아 보이지요.

그럴 때 저는

작은 색채 하나에 위로를 받곤 합니다.

부록.png 수채화 스타일로 그려진 딸기 옆서(책속 부록)

책상 위에 놓인 스티커 한 장,

수채화로 그려진 꽃잎이나

초록빛 잎사귀 같은 작은 조각이

마치 숨구멍처럼 제 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소박한 그림 속에서 만나는 계절의 빛깔

책장을 넘기면 능소화가 활짝 피어 있고,

물망초가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동백꽃은 붉은 기운으로

겨울의 온기를 담아내고,

차꽃은 은은한 흰색으로

기억 속 따스한 풍경을 불러오지요.


저는 이 작은 그림들을 볼 때마다,

마치 오랜만에

정원 산책을 나선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비록 종이에 그려진 수채화일 뿐인데,

그 안에는 계절의 향기와 빛깔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습니다.

마감.png 수채화 스타일로 그려진 능소화 스티커

책 속의 스티커는

단순히 붙였다 떼는 종이가 아니라,

일상에 흩뿌려진 자연의 숨결 같았습니다.


붙이는 순간, 마음에 피어나는 이야기

저는 다이어리 한 구석에 능소화를 붙이고,

편지지 위에는

물망초를 조심스레 올려 보았습니다.

그 순간, 글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 송이 꽃처럼 살아나는 것 같았지요.


이 작은 스티커가 놀라운 건,

붙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무심코 붙였을 뿐인데,

그 위에 담긴 제 하루가

한결 더 빛나 보이는 건 왜일까요.

다이어리에 직접 붙여 본 모습.png 수채화 스타일로 그려진 딸기 와 오렌지 잎 스티커

아마도 ‘작은 것에 마음을 기울이는 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시선이 그러했듯,

저 역시 작은 꽃잎에 잠시 눈을 멈추고,

소중한 오늘을 바라보게 되니까요.


자연이 주는 평온한 수집의 즐거움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화사한 꽃, 싱그러운 채소,

초록의 식물, 탐스러운 열매, 즐거운 수집.


그 분류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원 같았습니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손끝에 초록의 감촉이 전해지고,

눈앞에 다채로운 계절의 풍경이 열립니다.


식물의 영명과 학명, 꽃말이 함께 적혀 있어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움’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

라는 걸 새삼 기억하게 되었지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제게 손편지를

써주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꽃 그림 하나가 묵은 기억을 꺼내 주는 순간,

저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티커를 넘어서, 나만의 정원으로

사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단순히 예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차츰 알게 된 건,

이 안에 담긴 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가 오랜 시간 자연을 바라본 시선과

감정이라는 사실입니다.


꽃이 피고 지는 순간,

열매가 맺고 떨어지는 흐름,

그 사이에 깃든 기다림과 기쁨.


스티커를 붙일 때마다 저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듯했습니다.

다이어리에 작은 열매를 붙이며

오늘 하루의 수확을 기록하고,

노트 위에 꽃잎을 얹으며

지나간 계절의 기억을 불러왔습니다.


그렇게 노트는

어느새 저만의 정원으로 변했습니다.


내 마음에 잔잔히 내려앉는 위로

작가는 말합니다.

“푸른 들을 오래 바라보고 그리는 일은

무언가를 카피해 들여다보는 일을

멈춰 주는 것 같아요.

그것은 제게도 큰 안정감과 위로를 줍니다.”


저는 이 문장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자연을 바라볼 때 느끼는 평온함,

그것을 그림으로 담아낸다는 건

곧 타인에게 그 평온함을 나누는 일 아닐까요.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초록빛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색이 바쁜 하루를 잠시 쉬게 하고,

나를 자연의 품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랑의 자연 담은 스티커북"은

평범하지 않은 스티커북 입니다.

그건 작은 종이 조각을 넘어,

내 마음을 채우는 색채이자,

하루를 정원처럼 가꾸게 하는 매개체였습니다.


저는 이제 다이어리나 필사노트에 글을 쓰면서,

마치 꽃밭을 가꾸듯

한 장 한 장 스티커를 붙여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만의 작은 정원’을 조금씩 넓혀 가려 합니다.


혹시 당신도, 일상 속에서

작고 아담한 쉼표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그 쉼표에 꽃잎 하나를 붙이며,

자연을 품은 휴식을

누려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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