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trategy의 비트코인 전략 탐구 下

글로벌 크립토 기업 인사이드 ②

by Hye

지난 편에서 살펴본 MicroStrategy의 DAT 전략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전략의 성공을 단순히 "좋은 투자 방법"으로만 이해한다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MSTR의 성공 뒤에는 마이클 세일러라는 독특한 리더가 있었고, 그의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진력, 그리고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타이밍이 있었다. 이 조합이 없었다면 DAT 전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일러 전략 성공요인 분석

비트코인에 대한 강한 믿음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에 올인한 배경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를 떠올리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우리는 5억 달러짜리 녹는 얼음덩어리 위에 앉아 있었다.”

현금은 가치가 녹아내리는 ‘쓰레기(trash)’가 되었고, 비트코인은 그에게 디지털 골드였다. 공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희소성,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써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자산의 우월성.” 그는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비트코인을 ‘가장 순수한 디지털 에너지’로 봤다. 이런 철학이 없었다면 DAT 전략은 애초에 설계조차 안 됐을 것이다.


강한 리더십과 지분 구조

Saylor는 MSTR 지분 43.5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이사회 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특히 2024년 10‑K 보고서에 따르면, D&O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않는 일부 배상책임 범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사와 별도의 보장 계약을 체결해 리스크를 부담했다. 이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직접 감수한 사례다.


미국 자본시장과 비트코인 상승장 그리고 타이밍

여기에 모든 환경 조건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미국 자본시장은 210억 달러 ATM 프로그램도 거뜬히 소화하는 유동성을 제공했고, "비트코인 매입 목적" 자금조달에도 투자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환경이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중간중간 등락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상승폭을 보여주었다. 이런 조건들이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DAT 전략이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분명하다

MSTR의 10-K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이들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자산 집중의 리스크

MSTR 자산의 대부분이 비트코인에 집중되어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위험 완화 능력이 근본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겠지만, MSTR은 의도적으로 이 길을 포기한 셈이다.


과도한 레버리지의 함정

레버리지의 함정도 있다. 총부채 82억 달러에 연간 이자비용만 3,510만 달러다. 비트코인 수익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면 전환사채 조기상환 압박이나 유동성 위기로 인한 강제 매도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버넌스 문제

거버넌스도 양날의 검이다. 세일러의 43.58% 의결권 집중과 개인 배상책임보험 제공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관된 전략 추진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독립성 훼손 우려와 투자자들의 거버넌스 신뢰도 하락 위험도 안고 있다.


비트코인 보관 내부통제 문제

435억 달러라는 거대한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STR은 NYDFS 인가를 받은 Coinbase Prime, Fidelity 같은 커스터디 업체들에 대부분의 물량을 분산 보관하고, 콜드스토리지와 다중인증, 지리적 분산 등 고도화된 보안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이버보험은 보유 자산 규모 대비 커버리지가 부족하고 면책 조항이 까다로워 완전한 보호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욱 심각한 위험은 수탁 기관 자체의 파산 가능성이다. 수탁 기관이 파산이나 지급불능 절차에 들어갈 경우, MSTR의 비트코인 자산이 수탁 기관의 파산재산으로 간주되어 소유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저해될 수 있다. 아무리 거대한 Coinbase나 Fidelity라도 이런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시장은 이미 따라 하기 시작했다

DS stories님의 사진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MSTR 전략이 성과를 보이자, 유사한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 일본의 메타플래닛(Metaplanet) : 스스로를 “아시아의 MicroStrategy”라고 부르며 수천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전환사채와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도 MSTR과 유사하다.

- 미국의 SharpLink Gaming : 수억 달러를 조달해 대규모 이더리움을 매입했고, 스테이킹을 통해 수익까지 얻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Joseph Lubin이 회장직을 맡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외 시도들 : 캐나다의 한 전자담배 기업은 BNB를 중심으로 한 준비자산 전략을 선언하며 기업 정체성을 전환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 발행 토큰을 활용해 비슷한 구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알트코인 중심 전략은 변동성이 크고, 증권성 논란 등 추가적인 규제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처럼 MSTR의 모델은 단순한 사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실험되는 하나의 전략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다만 이 시도가 비트코인이라는 특수한 자산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 재무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 중이다.


한국에서 가능할까?

2025년 하반기부터 전문투자사를 대상(대부분 상장사)으로 법인 계좌 개설 허용이 이루어짐에 따라 동일 전략을 사용하려는 상장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크립토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미국과는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 차이

한국 자본시장과 미국 자본시장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자체 유보 현금이 많은 기업이라면 BTC를 매입하는 데 큰 무리는 없겠지만, MSTR처럼 여러 자금조달 수단을 이용하여 BTC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국은 전환사채·우선주·ATM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규모 조달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수단이 제한적이고 금융당국 심사가 까다롭다.

여기서 ‘까다롭다’는 건 단순히 서류 절차가 많다는 수준이 아니다. 자금조달 목적, 투자자 보호 방안, 내부통제 체계 등 전반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가 사전에 검토·승인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상자산 매입이라는 목적 자체가 보수적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특히 신규 주식·전환사채 발행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발행 조건과 사용 목적을 상세히 공개해야 하고, 가상자산 매입 목적의 조달은 기존 주주와 투자자의 반발 가능성까지 고려해 추가 검토가 이뤄진다.


규제당국의 입장

아무리 전문투자사를 대상으로 법인 계좌를 허용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규제 기조가 한 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현물 비트코인 ETF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운용사들이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를 통해 가상자산 펀드를 시도하려 했으나 정책 일관성 문제로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가상자산 ETF 도입 로드맵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과 신탁·수탁 인프라 정비 등 전제 조건이 남아 있어 단기간 내 제도화는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같은 산업 기본법 역시 지지부진해, 변화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세일러처럼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 유무

결국 문제는 한국에도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이다. 단순히 결단력 있는 경영자가 있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지분과 평판을 담보로 전략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또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사회가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제는 소수 주주의 이해와 단기적 손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정 리더가 장기 전략을 밀어붙이는 데 필요한 결단권과 법적 안전판이 줄어든 셈이다.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 특성상 창업자나 대주주라 해도 이사회와 투자자 설득 없이 개인 신념으로 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사회 구조와 규제 환경이 이런 리더십을 구현하기에는 제약적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커스터디 제한 폭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신뢰할 수 있는 수탁사가 많지 않다는 점은 대량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려는 기업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널리 알려진 곳은 한국디지털에셋(KODA)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정도다. KODA는 KB국민은행·해시드·해치랩스가 공동 설립한 기관 대상 수탁사로, 약 8조 원 규모의 자산을 보관하며 국내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KDAC 역시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해 설립됐으며, SOC1 Type 2 인증을 취득하고 멀티시그·콜드월렛 기반 보관 체계를 운영하는 등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Coinbase Prime이나 Fidelity처럼 글로벌 검증을 거친 기관급 수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다. 규모와 리스크 분산, 국제 수준의 내부통제 체계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존재하며, 단일 수탁사 의존 시 해킹·파산 등으로 인한 자산 손실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에서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기업은 복수 수탁사 분산, 보험 범위 확대, 내부통제 강화 등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의 회계처리 그리고 그 효과


미국 – ASU 2023‑08

미국은 2025년부터 ASU 2023‑08을 적용해 보유 가상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평가손익을 모두 당기손익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5년 1월 1일 하루 만에 MicroStrategy(MSTR)의 장부가액은 178억 달러 증가했고, 같은 해 1분기에는 59억 달러의 미실현 손실을 당기손익에 반영했다. 투명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분기 실적이 가상자산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예측 가능성은 떨어졌다.


한국 – 여전히 무형자산 기준

한국은 여전히 K‑IFRS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고 있다. 재고자산,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안도 있으나 현재 논점과는 떨어지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기업은 원가법과 재평가법 중 선택할 수 있지만, 측정의 어려움 등으로 대부분 원가법을 적용한다. 즉, 취득원가로 평가하고 가격이 크게 하락할 때만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상승분은 매도 전까지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재평가 모형을 선택해도 손익은 OCI에 반영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차이가 의미하는 것

이 차이는 단순한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미국 기업은 가상자산 가치 변동이 곧 실적에 직결되지만, 한국 기업은 실적과 자산가치 간 괴리가 커진다. 실제로 MSTR은 과거 회계기준 하에서 재무제표에 자산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별도의 IR 자료로 투자자에게 가치를 설명해야 했다. 한국 기업이 동일 전략을 취한다면 가상자산 가치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아 투자자 설득과 공시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미국 vs 한국 회계처리 비교


핵심 교훈과 현실적 대응

MSTR의 성공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많이 샀기 때문”이 아니었다. 비트코인을 장기 가치 자산으로 믿는 철학, 그 철학을 밀어붙일 수 있는 리더십, 그리고 자금조달·규제·시장 환경이 맞아떨어진 조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DAT 전략은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동일한 전략을 고민한다면, 먼저 내부적으로 가상자산 보유 목적과 철학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단순히 “MSTR이 성공했으니 우리도”는 위험하다. 감사인과 사전에 회계처리 방안을 협의하고, 소액 파일럿 투자로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 첫걸음이다. 이후 커스터디 분산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보관 리스크를 줄이고, 규제 변화와 디지털자산 기본법 시행 시점에 맞춰 확장 여부를 검토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마치며

MSTR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들인 게 아니라, 준비된 구조와 확신으로 전략을 실행했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어떤 자산을, 어떤 이유로 보유하려 하는가?

그 전략을 밀어붙일 리더십과 거버넌스는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DAT 전략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성급한 모방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준비된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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