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더 따뜻해져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어느 순간 이유 없이 한 걸음 물러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감정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면 더더욱.
이 마음은 대부분
“정말로 싫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마음이 깊어졌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생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준다는 건
그만큼 내가 다칠 수도 있다는 뜻이고,
예상하지 못한 상처가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고,
내가 숨겨두었던 연약함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두려움이 스며들면
사람은 본능처럼 ‘거리 두기’를 선택한다.
멀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키고 싶어서 멀어지는 것이다.
친밀감은 기쁨을 주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된 상처의 기억을 함께 깨운다.
따뜻해질수록 마음속에서는 작은 긴장이 올라오고,
좋아질수록 스스로를 더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감정은 틀린 게 아니다.
누구나 감정이 깊어지면
자기 안쪽의 낡은 기억들이 슬며시 흔들린다.
그래서 때로는
가까워지는 게 기쁜데
가까워짐 그 자체가 겁나는 날이 있다.
사람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만큼 마음이 진심이라는 증거에 가깝다.
멀어지고 싶은 마음은
사실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조금만 천천히 가고 싶다”는
마음의 속삭임일 때가 많다.
빨리 움직이는 감정이 두려워서,
한꺼번에 많은 감정이 몰려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혹시라도 기대다가 무너지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그래서 마음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살짝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른다.
그 순간을 잘 지나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깊고 안정된 자리로 다가간다.
감정의 후퇴는
관계의 끝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숨을 맞추는 과정일 때가 많다.
만약 어느 날
누군가에게 마음이 깊어졌다는 이유로
조용히 뒤로 물러나고 싶은 감정이 밀려온다면,
그 순간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관계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아주 인간적인 움직임이다.
따뜻함이 두려워질 정도로
마음이 진짜였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마음은,
조용히 천천히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으로
다시 걸어온다.
그때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속도로,
조금 더 깊은 호흡으로.
가까워지는 일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온기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감정 #심리 #불안 #관계 #거리두기 #따뜻함 #감정에세이 #상담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