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frank
한 권을 엮어보고 싶은 욕심에 열다섯 편의 글을 짓고 그 지은 글들을 다듬어 보려 노력 중인 요즘입니다.
질게 지은 글에 고민 보태 봐야 굳은 글이고, 굳은 글에 마음 보태 봐야 눌은 글이 되니, 참 재주도 없다 없다 하지만 이렇게나 남루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에효효... 긴 한숨과 함께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요즘 들어 한참 재미나게 읽고 있는 'Between the Songs'를 펼쳐 읽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그 간결한 단어들과 문장들이 목소리가 되어 들리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더군다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들의 목소리가 아니겠어요!? 신혜림, 김세윤, 이은선, 배순탁, 한예리 배우까지, 그들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리길래 신기해하며 생각했죠. 정말 무슨 일일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가수와 노래의 개성이 문장에 배어들어 글이 되니 그 노래의 개성을 갖게 되었겠죠? 저는 그 개성 있는 노래들을 소개하던 DJ들의 목소리가 떠올랐을 테고요. 이러한 연유로 글을 그들의 목소리로 듣게 된 거죠.
그리고 갑작스레 오래전 봤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FM영화음악의 이은선 작가님은 이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던 것 같아요.
'열망의 정도, 그와 맞지 않는 재능. 그래서 조금은 짠한 영화, 그럼에도 조금씩 괜찮아질 거야 하는 희망은 버릴 수 없는, 천재가 아닌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Frank"입니다.'
간단한 시놉을 소개하자면
재능 없는 뮤지션 '존(도널 글리슨)'은 우연히 "날 손가락 취급하지 마"라는 절규와 함께 자살을 시도하는 키보드 연주자 대신 밴드 '소론프르프브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론프르프브스'의 정체성 그 자체인 천재 뮤지션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죠. 견고하던 집단에 이물질이 끼게 되니 혼란과 갈등이 생기고 과연 이 밴드의 앞날은 두둥...
2019년도에 저 영화를 봤을 때의 감상은? 음! 영화의 한 장면으로 대신할게요.
재능 없는 '존'이 만든 음악을 듣던 매니저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도 알아, 아무리 애써도 구린곡만 나오는 기분, 잘 들어 존. '나는 왜 프랭크가 될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 거야. 아니면 '나도 언젠가 프랭크가 될 거야'라든지. 하지만 존, 프랭크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어"
저때는 저 대사가 저 영화의 핵심이라 생각했어요.
노력도 재능이 있어야 결과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재능 없는 욕심쟁이가 어떻게 천재를 망치는지에 대한 교과서 같은 영화였달까요.
살짝 화까지 났었던 것 같아요. '망가질 거면 혼자 망가지라고. 이 욕심 많은 멍청아!'라고요. 주위에 망가트릴 천재도 망가질 만큼의 재능도 없는 주제에 말이죠.
영화를 다시 본 지금은요.
영화 초반에 매니저가 '존'에게 물어봐요.
"C, F, G 코드 칠 줄 알아?"
"네. 그럼요."
"그럼, 내일 나와"
저 짧은 대사가 이 영화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요.
이 장면으로 저 짧은 대사가 이 영화의 전부가 맞다는 확신을 들게 했어요.
#find frank
솔직한,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면 그리고 노력하면 조금씩 괜찮아질 거예요.
어차피 이 세상에 프랭크는 하나예요.
info.
영화_ 「프랭크」2014년
좋아하는 문장_ "#find frank"
나만의 킬포_ "소론프르프브스"
notice.
글을 고쳐 쓰며 참 많은 생각을 헀어요.
기억들을 펼쳐보고 마음들을 꺼내보니 나름 깨단한 것들도 있더라고요.
그 모든 깨단한 것들이 덧없거나 어쩌면 더할 수 없는 마음들이라,
그 덧없는 생각들을 써보려고요.
그 첫 번째 글이었습니다.
지금은 덧없이 솔직한 생각이 나중에는 더할 수 없이 괜찮은 생각이었을지 모르잖아요.
천재는 아니지만 쓸모없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