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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온기, 전해진 위로

그래서 내딛는 걸음

by 글짓는 날때

응원과 위로...

티라미수와 붕어빵?


어제죠.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신 작가님들이 보시기엔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저에겐 좀 놀라운? 당황스러운 일이었어요.

며칠 사이 라이킷과 구독하시는 분들이 늘었거든요.

'뭘 그깐 것 같고 놀랍니까?'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뇨. '누가 읽기나 할까' 두려워하던 저에겐 당황스러운 일이 맞습니다.

물론 많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죠.

그리고 궁금했어요.

'그런데 왜?'


생각이 깊어지니 노이즈켄슬링을 뚫고 버스 소음이 짙어집니다.

이른 정거장에 내려 차라리 걷기로 합니다.

몇 분이나 걸었을까요. 날이 차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길 모퉁이 작은 불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붕어빵!!!


싸고 흔하고 달큰한, 한 봉지 사서 안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깜장 봉다리는 들고 다니기 창피할 때가 있는데

붕어빵이 담긴 봉다리는 마치,

'이 안엔 붕어빵이 담겨 있습니다'라는 소박한 뿌듯함에

까만 봉다리여도 창피하지 않은 그런 붕어빵.


살짝 가슴이 울렸습니다.

'아! 붕어빵 정도는 되나 보다' 하는

큰 '안도감'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죠!

한 봉지 사서 안아보니 가만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구나, 그 정도면 괜찮다는 위로였겠구나'

조용한 친절함에 부끄럽고 감사했습니다.


00_소년과두더지와_친절한사람.jpg 두더지와 소년의 대화 中, 소년이 답하고 두더지가 덧붙이며


친절함에 대한 답례랄까요.

잘 알지 못하여도 가능한 깊이 읽고

읽은 마음을 표현하고자 나름의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쑥스럽고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무례한 건 아닐까. 이런 댓글이 응원이 될까? 아니 위로가 맞지 않나. 에? 내가 뭐라고...'

'좀 잘 쓰고 싶은데 어렵네. 흠. 쓰담쓰담일까. 토닥토닥일까.'

'쓰담쓰담과 토닥토닥의 경계의 표현은 없나'


세상 세상, 이런 즐거움이 있을까요?

지글 쓸 땐 그저 고단한 일이 댓글 달 땐 기분 좋은 노곤함 이랄까요.


뭐, 고단하게 쓴 글도 노곤하지만 즐겁게 남긴 댓글도

그다지? 갸웃? 이긴 하지만요.


01_소년과두더지와_솔직한건.jpg 여우와 하얀 말의 대화 中, 여우의 푸념에 대한 위로


네, 티라미수 같긴 힘들 것 같아요.

마카롱처럼 달콤하기도 힘들 것 같고요.

대수롭진 않지만 수수하게 들어간 팥정도

수수한 달콤함이 있는 붕어빵으로 할래요.


친절한 시선과 위로 덕분에

붕어빵 속에 채울 고명에 대한 고민은 열심히 해봐야죠.

깊이 읽고 정성껏 표현하다 보면

고명에 대한 고민도 풀릴 것 같습니다.



01_소년과두더지와_항상기억해.jpg 여우와 소년의 대화 中, 여우가 소년에게



며칠을 따라다녔던 고민과 당황스런 마음에

나름의 답을 해보았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모든 것 너머에 조용히 자리한 친절함이

불안한 마음을 쉬게 한 온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충분한 사람들입니다.




info.

영화(책)_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2022년

좋아하는 문장_ "안녕"

위로가 된 문장_

"네가 말한 가장 용감한 말이 뭐야?"

도와줘,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포기하길 거부하는 거지'



epil.

따끈한 붕어빵 봉지 무릎에 올리고

두 손으로 쥐고 뇸뇸 드시면서 보시길 추천드려요.

옆지기가 있다면 귤 까기 정도는 부탁해 보세요.

손에는 따뜻함, 입안엔 달콤함

코끝엔 향긋함, 어깨엔 포근함

추위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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